“나에게 첫 시집이란 첫 여행과 같아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여행지에 와 있는 기분이 들어요. 내가 표현해낸 글들은 어두운 곳에서 아프고 힘든 이들을 다독여줄 수 있는 따뜻한 시가 됐으면 합니다. 그들을 모두 끌어안기에는 과분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곳으로 떠났으면 해요.”

지난 2017년 문예지 문예바다로 등단한 강일규 시인이 첫 시집 ‘그땐 내가 먼저 말할게’(상상인 시선·132쪽)를 출간했다.

지난 1월 전남매일 신춘문예 골드문학상을 수상한 강 시인은 10개월 사이 변화가 생겼다. 여러 출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글을 쓰는 것에도 속도가 붙었다.

“전남매일 골드문학상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글을 쓰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과거에는 시를 한 편 쓸 때도 한 달 가까이 고민했는데 속도가 붙어 지난 5년간 쓴 글의 양보다 더 많은 50여 편의 시를 한해에 다 썼어요. 수상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출판사에서는 함께 작업하자는 제안도 들어왔고 자연스레 출간도 하게 됐어요.”

강 시인은 조금은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마음에 품었던 꿈을 조금은 늦게 이룬 탓에 처음으로 출간하는 시집에 대한 애정 또한 크기만 하다.

“어린 시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생계가 우선이라 쉽게 도전하지 못했어요. 대전에서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할 무렵 배움에 뜻이 생겨 방송통신대 중문학과에 입학했고 이후 대학교 문학동아리 활동을 통해 글을 쓰기 시작했죠. 정년을 남겨놓고 퇴직기념으로 시집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책을 내게 됐네요.”

강 시인은 신간 ‘그땐 내가 먼저 말할게’에 50여 편의 시를 담았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던 5년 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글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는 염원을 펜 끝에 꾹꾹 눌러 담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문체는 따사롭다. 이웃에 대한 연민의 정서와 아내에 대한 사랑 등 삶에 있어 느껴왔던 감정을 솔직한 글로 표현했다.

“시의 영감은 생활 속에서 발견하곤 해요. 평소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니 이웃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보고 듣거든요. 그러다 보면 그들을 다독여주고 싶은 생각도 들죠. 인생을 살아오며 느꼈던 자전적인 이야기도 녹여냈어요. 역설적일 수 있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아픔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를 쓸 때가 가장 행복해요. 어두운 곳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는 시가 내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들의 무거운 삶의 무게를 받아들일 줄 아는 시인의 자세로 글을 쓸 겁니다.”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