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광주·대구서 정치개혁 토론 환영하지만





광주와 대구에서 초당적 정치개혁 토론회가 잇따라 마련됐다. 먼저 지난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는 승자독식 정치구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목소리를 냈다. 중선거구제 도입과 지역구·비례대표 동시 입후보 허용 등의 주장이 나왔다. 토론회는 여야가 공동 주최했으며 오는 25일 대구에서도 열린다. 그만큼 우리 정치가 기대 이하란 방증으로 극심한 진영갈등과 승자 독식의 폐해를 실감하고 있다.

광주 토론회에서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바꾸면 한 선거구에서 의원 4∼5명을 선출할 수 있다”며 “승자와 강자가 독식하는 정치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천제도와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정당별로 시·도 단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동시 입후보를 허용하는 석패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정치제도 측면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다. 현 상황에서 맞지 않거나 정치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후진적인 제도가 있다면 개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우리 정치가 정치제도의 미비 또는 후진성만으로 막장의 정치를 벌이고 있는가는 재고해 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치 제도를 만들고 그런 노력을 기울여도 기존 정치인들이 상황에 따라 좌초시키거나 왜곡해버려 발전을 이뤄내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여야가 극심한 갈등을 빚은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과 위성정당 창당이 이런 사례가 아닌가.

이제는 기존 정당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앙당에 의존하기보다는 차라리 지역기반을 하는 지역당이 나와 지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시점에까지 와 있다. 이미 광주와 대구지역 등 오피니언 리더 사이에서는 이런 논의가 수면 밑에서 이뤄지고 있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 움직임일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 요체인 대화와 타협을 외면하는, 극한대결로 치닫는 현 정치권에서는 정치개혁이 기대만큼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치인들은 제도 탓만을 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