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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한국학호남진흥원을 흔들지 말자
2022년 11월 09일(수) 16:23
<전매광장>한국학호남진흥원을 흔들지 말자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한반도미래연구원장


광주·전남이 공동으로 설립한 한국학호남진흥원을 전북이 설립 준비 중인 전라유학진흥원과 통합하여 부안에 통합진흥원을 설치한다는 말이 들려온다. 언론과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김관영 전북지사와 협의하여 통합진흥원 설립에 이미 원칙적 합의를 본 것 같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2017년 설립되었고 광주에 임시본부를 두고 있다. 설립 당시에 광주, 전남, 전북이 모두 참여하는 진흥원 설립을 추진했으나 전북이 불참하면서 광주와 전남만 함께했다. 설립 후 5년 동안 많은 문헌 자료를 수집했고, 상당한 연구성과도 냈다.

통합조직 본부 위치 문제

크든 작든, 두 개 이상의 조직을 통합할 경우 흔히 따르는 문제 중 하나가 통합조직의 본부를 어디에 두느냐이다. 5년의 역사와 많은 연구성과를 축적한 한국학호남진흥원 본부를 이제 막 출범하려고 하는 전라유학진흥원과 통합하고 그 본부를 부안에 두려고 하는 것이 어떤 합리성을 지니고 있는지 모르겠다. 전북이 부안에 전라유학진흥원을 두려고 하는 것은 부안과 인연이 깊은 지포 김구 선생과 반계 유형원 선생 등을 염두에 둔 때문이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노사 기정진 선생이나 하서 김인후 선생 등 훌륭한 유학자를 많이 배출한 광주와 전남 사람들이라고 왜 할 말이 없겠는가.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지난 5년 동안 7만여 점의 문헌 자료를 모았다. 호남진흥원을 전라유학진흥원과 통합하고 그 본부를 전북으로 옮길 경우 이들 문헌 자료는 재지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호남진흥원에 문화재를 기증한 사람들이 이런 재지정 절차에 흔쾌하게 동의할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정치인들은 상생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일 경우 보통사람들보다 더 타산적이다. 광주광역시의 구간 조정 실패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런 그들이 경계를 훨씬 뛰어넘어 진흥원 통합을 전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놀라움과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여하튼 상생은 좋다. 그러나 상생이란 정치인 몇몇이 선언한다고 해서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진정한 상생이란 해당 지역 주민들이 공감하고 지지하고 참여했을 때 가능하다.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는 한국학호남진흥원을 전라유학진흥원과 통합하고 본부를 전북 부안에 두는 문제에 대해 누구와 어떤 상의를 했고 누구의 동의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한국학호남진흥원과 전라유학진흥원의 통합논의가 혹시라도 강기정 시장의 전라 메가시티 구상과 연결되는지 모르겠다. 강 시장은 시장 당선 전 광주·전남 통합 논의가 시작되었을 때 부·울·경처럼 광주·전남·전북을 모두 아우르는 광역 메가시티 안을 자주 언급했기 때문이다.

광주와 전남의 통합은 지리적으로나 생활권 측면에서, 그리고 4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행정구역에 속했다는 점에서 명분상으로나 실리 면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전북까지 포함한 통합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광주·전남·전북은 정치적 성향이나 역사적 측면에서 많은 동질감을 지니고 있지만, 행정통합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생활공동체라는 측면에서는 이질적 요소가 많다. 전북지역 중 순창, 고창, 정읍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생활권 측면에서 광주나 전남보다는 오히려 충청권 등 중부권에 가깝기 때문이다.

연구자·주민들 공감 필요

광주, 전남, 전북이 협력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전라 메가시티 논의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접근법이 정치 구호성의 성격을 지녀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영호남 반도체 동맹론, 군 공항 통폐합론, 광주공항의 무안공항 통합론처럼 추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인 내용, 혹은 주민들의 공감을 크게 얻지 못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같은 맥락에서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는 이 지역 호남학 연구자들 대부분이 양 진흥원의 통합에 크게 반대하고 있음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양 기관을 무리하게 통합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은 적극적으로 함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먼저 해야 할 일은 통합이 아니라 한국학호남진흥원에 독립된 공간을 마련해주고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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