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캐묻고 따지자

조기철 부국장 겸 사회부장

2022년 11월 08일(화) 18:27
조기철 부국장 겸 사회부장
참으로 어이없고 안타까운 참사 벌어졌다. 멀쩡한 젊은이들이 미국 문화를 추종해 생겨난 핼러윈 축제에서 서로 밀치다가 눌리고 깔려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 좁은 골목에서 사람들이 엉키면서 156명이 숨지고 157명이 다쳤다. 소식을 접한 필자는 한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충격으로 아무 말도 나오지도 않았다.



▲애끓는 사연들

이태원 참사는 지난 2014년 세월호 기억을 다시 상기 시킨다. 생때 같은 우리 아들 딸들을 허망하게 보낸 세월호 참사는 공동체인 한국사회에 깊고 넓은 상흔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당시 고등학교를 다녔던 세대가 다시 이태원 참사의 기억을 갖게 됐다. 깊고 넓은 상흔 위에 또 깊고 넓은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간 우리가 무엇을 했는가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 차마 믿기지 않은 현실이 현재 대한민국 행정력을 보여준 민낯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애끊는 사연이 속속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생일을 앞둔 아들, 가장 역할을 한 딸, 군에서 휴가 나온 막내, 취업에 성공해 상경한 딸 등 유족들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존재였으며, 지인들에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연인이었다. 군에서 휴가를 나왔다가 이태원에서 변을 당한 막내아들의 사연이 심금을 울린다.

어머니는 참사 소식을 접하고 밤새 아들에게 애타게 연락했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어머니는 “애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전화는 꼭 받는 아인데, 전화를 열 번 스무 번을 해도 받지 않아 너무 속이 탔다”며 “밤새 잠을 이지 못했는데…”라고 고개를 떨궜다.

희생자 중에는 결혼한 첫째 언니를 대신해 가족을 돌보며 가장 역할을 한 착한 딸도 있다.

네 딸 가운데 둘째 딸을 잃은 어머니는 서울 등지의 병원을 헤매다가 경찰로부터 사망자 명단에 딸이 포함됐다는 연락을 받자 주저앉아 오열했다. 둘째 딸은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하면서 몸이 아픈 어머니를 돌보고 두 동생에게 용돈을 주기도 했다.

취직에 성공해 상경한 첫째 딸이 엄마 아빠 잘 있으라는 말도 남기지 못하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사연도 가슴이 미어진다.

항상 웃고 밝았던 첫째 딸은 올해 2월 입사 시험에 합격해 혼자 서울로 온 후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공부를 이어왔다.

최근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단짝과 ‘이태원 놀러 간다’는 말에 부모는 “갔다 와. 다녀와서 면접 준비해”라며 흔쾌히 승낙했지만, 그게 딸 아이와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몰랐다.

300여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이태원 압사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모색하기보다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참사 직후 서울시는 시에서 주최한 행사가 아니라며 거리를 뒀고, 용산구는 정식 지역 축제가 아닌 만큼 안전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 관련 용어를 ‘참사’ 대신 ‘사고’로, ‘피해자’ 대신 ‘사망자’로 통일하기로 한 것도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 책임회피 ‘급급’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이 없을 경우 경찰이 중앙 통제된 방법으로 군중 관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행정·안전 주무장관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는데도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다. 정부 내 보고체계 마비와 대응 실패로 인한 ‘행정참사’임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또 설령 경찰이 ‘셀프 수사’를 통해 어떤 결과를 내놓는다 해도 국민들의 신뢰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행안부와 대통령실 등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따져봐야 하는데,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는지도 되묻고 싶다. ‘부하들에게 눈물을 머금고 처벌을 감행하겠다’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얘기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의 극치다.

모든 참사에서 국민들은 대부분 같은 질문을 한다.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는가? 라고. 지금 국민들은 정부에 가장 날카롭게 캐묻고 따져야 할 때이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