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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로 돌아가 자존심 세우는 계기 되길”

제13회 광주여성영화제 폐막작 ‘양림동 소녀’ 임영희 감독
소녀·운동가·엄마 그리고 5·18
자전적 이야기 담은 애니메이션
아들 오재형 감독과 공동 작업

2022년 11월 08일(화) 17:42
“영화속의 ‘소녀’는 단순히 어린 소녀가 아니에요. 여성관객들이 제 영화를 통해 꿈과 이상과 자주성을 생각하는 시기의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 존엄과 자존심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13회 광주여성영화제 폐막작 ‘양림동 소녀’의 임영희 감독(68)은 “코로나19로 생활에 제약이 생기면서 아들의 권유로 지난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영화의 시작”이라며 “영화를 통해 5·18이 단순히 아픔으로만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광주의 자존심으로 치켜세워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양림동 소녀’는 임 감독이 아들 오재형 감독과 작업한 애니메이션이다. 임 감독은 진도에서 태어나 광주로 유학 온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성인이 돼 5·18을 겪었던 이야기와 여성운동가로서의 삶, 노년인 현재 장애인의 삶을 살게 된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화가와 피아니스트, 영화감독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 잡상인’이라 호칭하는 오재형 감독이 영상과 음악을 맡았고 임 감독이 그림을 그린 뒤 내레이션도 했다.

임 감독은 그림 그리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돌아봤다. 중풍으로 장애가 생겨 오른쪽 손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면서 왼손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초반에는 문학인의 꿈을 키웠던 고등학생 시절의 제 이야기만 그렸었다”면서 “그런 그림을 살펴보던 아들이 흥미롭다며 격려해줬고 저의 전반적인 삶을 그려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양림동 소녀’는 소녀와 여성 운동가 그리고 엄마로서의 임 감독의 일생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녀는 모두 임 감독이다. 수피아여자중·고등학교 재학시절 문학도를 꿈꿨던 소녀, 성인이 돼 광주·전남 최초 독립 여성단체 ‘송백회’ 활동부터 극단활동을 통해 광주의 참상을 알리던 시기까지,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는 삶이 닮긴 그녀의 투박하지만 진솔한 삶이 담긴 그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여운을 던진다.

임 감독은 “처음엔 단순히 제 삶을 회고하는 차원의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한뒤 “풀이 죽어있는 저를 응원하기 위해 옷을 지어줬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을 보곤 어머니의 사랑 속에 잊었던 아버지의 사랑이 떠오른다며 눈시울을 붉힌 사람도 있었다. 제 그림을 살피던 사람들의 피드백을 듣다 보니 단순히 저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영화에는 임 감독의 5·18을 바라보는 마음도 담겨있다.

임 감독은 “5·18은 여전히 아픔으로 치부되고 있다. 아픔은 맞지만 한차원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면서 “당시 시국이 혼란스러웠음에도 광주에는 좀도둑조차 없었으며 시민이 합심해 해방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 숭고한 역사의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이야기를 통해 뜨거웠던 오월을 느껴보고 광주시민으로서의 자주성과 자존심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양림동 소녀’는 오는 13일 오후 6시 CGV광주 금남로1관에서 상영된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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