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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닭이라도 잡을 칼을 달라
2022년 10월 19일(수) 17:18
<전매광장>닭이라도 잡을 칼을 달라
박문옥 전남도의원(안전건설소방위원회)


며칠 전 전라남도의회 안전건설소방위원회 임시회에서 대표발의한 ‘안전한 도로환경 조성을 위한 킥보드 관련 법률안 정비 촉구 건의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전라남도의회 61명 전체의원의 동의하였고 본회의 의결 절차를 통과하면 국회와 정부에 전달된다.

촉구 건의안의 주요 내용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이용자의 면허증 소지 의무 조항을 임대사업자도 의무적으로 확인할 것, 고유식별번호판을 부착하여 익명성에 기대 불법운전을 하지 못하게 할 것, 지역별·도로별 상황에 맞는 운행속도 지정과 주차환경을 조성하도록 조례에 위임해 달라는 내용이다.

‘킥보드 관련 법률안 정비’ 발의

필자의 생각에도 킥보드와 관련된 의정활동은 집착에 가깝다. 지난 8월 전남도에서 영업하는 킥보드 업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하여 상기 촉구건의안에 담겼던 내용들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리고 업체와 협의 및 동의를 통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및 안전 증진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발의하였고 상임위와 본회의롤 통과했다.

조례를 제·개정하는 데 있어서 토론회와 간담회를 통해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반영하기도 한다. 특히나 법적 구속력을 위임받지 못한 사항, 개인의 이익을 침범하고 의무를 지우는 사안에 대해서는 합리적 해결 방안과 협력을 구하기 위해 토론과 협의 절차는 필수적 요건이라 할 것이다. 지방자치법을 보면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법률에서 위임받지 않은 사항을 조례에 넣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들과의 합의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필자가 촉구 건의안을 발의한 이유는 왜일까?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속도에 대해선 ‘25km/h이하’를 명시하였지만 지역별·도로별 상황에 맞도록 속도를 규정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또 원동기 면허 이상의 면허증을 이용자가 소지하도록 규정하였으나 임대업자는 확인 의무를 규정하지 않아, 면허증 없이도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고유식별번호판에 대해서는 의무규정 조차도 없다. 신호 위반과 불법 유턴, 인도 주행에 있어서 익명성에 기댄 불법 행위를 방치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일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단속을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오히려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속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한마디로 유명무실한 법이 만들어져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방의회 조례를 통해 입법을 보완하는 방법은 없을까? 아쉽게도 지난해 1월 통과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자치입법권’에 대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와 의회의 위임하지 않았다. 때문에 관련 법령의 내용이 유명무실하다 해도 위임받지 않은 내용을 조례에 담게 되면 어떤 강제성과 의무도 강요할 수 없다. 필자가 임대업자들과 협의해서 발의한 조례가 그러하다. 사업자들이 합의를 깨더라도 어떠한 제재도 가할 수 없는 게 현 지방자치법의 한계이고 지방의회의 현실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국회가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방의회의 입법 능력이 독자적 입법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심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이다. 이미 광역의회의 경우 법률적 오류를 막기 위해 입법을 담당하는 변호사 출신 담당관이 다수 임용돼 있다.

지치입법권 지방에 이양을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주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과정을 반영하고 주민 복지를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며 집행부를 감시, 감독하는 정책평가기관으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온전한 자치분권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자치 입법 권한이 필수 불가결의 요소이다.

지방의 사정을 누가 잘 알겠는가? 지방에 사는 주민, 또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호흡하는 지방의원들이 잘 알 것이다. 이제 지방의 특성을 온전히 반영하기 위해 입법 권한을 지방의회에 이양해야 한다. 행정과 재정에 대한 작은 배려로 지방자치가 성숙하고 지방분권이 완성되었다 할 수 없다. 지방으로의 온전한 권력 이양은 실질적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자치입법권 보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소는 국회에서 잡더라도, 닭이라도 잡을 수 있는 칼을 지방에 내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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