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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뮤직줌 <62> 윤한결

"연주가와 함께 호흡하는 지휘의 매력에 반했죠"
뮌헨국립음대 작곡·피아노·지휘 공부
제1회 KSO 국제지휘콩쿠르 2위 입상
20일 광주시향과 오티움 ‘슈만’공연

2022년 10월 13일(목) 20:43
윤한결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 유학길에 오른 윤한결 지휘자는 뮌헨국립음대에서 10여 년간 작곡과 피아노, 지휘를 공부했다. 이후 뉘른베르크국립오페라극장, 스위스 제네바대극장, 독일 메클렌부르크주립극장에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서독일방송교향악단, 프랑크푸르트방송교향악단, 북독일필하모닉, 도르트문트필하모닉 등 독일 유수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그는 지난해 11월 국립심포니가 처음 연 제1회 KSO 국제지휘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하며 자신의 음악적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는 20일 북구문화센터에서 광주시향과 오티움 ‘슈만’ 공연을 앞둔 그를 만나봤다.



-광주공연을 앞둔 소감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독일 뮌헨에 거주하고 있는 지휘자, 작곡가 윤한결입니다. 평생 광주를 가보지 못했는데, 연주 기회로 함께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를 갈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음악가가 된 배경이 있나요.

▲5살쯤부터 동네 피아노학원을 다닌 걸로 기억합니다. 피아노곡 연습은 게을리하고 이것저것 아무거나 만들어서 연주하곤 했는데, 초등학교 2학년 즈음 다른 피아노학원에서 당시 계명대학교 작곡과 학생이셨던 선생님 한 분이 이 모습을 보고 작곡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고서 서울 예원학교에 대해 알게 됐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음악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작곡을 공부하다가 지휘로 전공을 바꾼 배경이 궁금합니다.

▲지휘자가 되어야겠다 순식간에 마음먹은 큰 사건은 없었고, 서서히 자연스럽게 지휘를 하게 됐습니다.

예원예고 시절에는 매년 반장을 하며 반 성가대 지휘까지 맡게 됐고, 뮌헨 음대에서는 작곡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는데 연주자 친구들이 지휘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직접 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도 여러 번 했었고요. 무엇보다 작곡은 정말 외로운 작업인데, 지휘는 연주가들과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서는 즉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는 정반대의 성격을 띠고 있죠. 어릴 때부터 혼자 노는 것도 좋아했지만, 축구 등 스포츠 여럿과 함께하는 활동도 좋아했기에 지휘도 적성에 맞았습니다.

뮌헨 음대 작곡 전공 2년 차에 하나라도 되겠지 생각으로 피아노, 지휘 입시를 동시에 봤는데, 운이 좋게도 둘 다 돼서 자연스럽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피아노는 중간에 그만두고 작곡 대회를 여러 개 나가본 이후 2018년쯤부터 본격적으로 지휘에 더 많이 집중했습니다.

윤한결


-제1회 KSO 국제지휘콩쿠르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콩쿠르가 개최되기 1년 전에 코리안심포니의 홍보팀장님을 알게됐는데 같이 글을 기고하자고 제안을 주셨습니다. 한국 악단에게는 처음 받아본 연락인데, 이후에 지휘콩쿠르를 개최하신다기에 이전에 먼저 연락을 주신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있고, 이 기회에 한국 음악계에 저를 소개하고 무대에도 서봐야겠다 싶어서 참가했습니다.



-KSO 국제지휘콩쿠르 과정 중에 어려운 점과 보람 있던 것을 꼽자면.

▲콩쿠르 한 달 반쯤 전, 2021년 10월 초에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이사 등등 개인적인 삶에 변화가 많았습니다. 또한 콩쿠르 직전 독일에서도 다른 콩쿠르에 참가했고요. 국제콩쿠르들과 외부 연주들의 기회를 잡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도 포기한 것이기에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KSO 국제지휘콩쿠르에서 힘든 점이라면 지정곡 대부분이 생소한 작품들이었고, 또한 콩쿠르 직전에 입국해서 1주일간 참가한 대회였기에 컨디션도 최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시차도 엉망이어서 매일 밤을 새우고 참가했었는데, 파이널 연주 리허설 때는 많이 지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콩쿠르 입상자에게 국내외 오케스트라와 공연하는 특전이 주어지죠. 인상적인 공연이나 악단이 있었을까요.

▲올해 한국에서 총 4개의 연주를 했는데,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베토벤 교향곡 3번, 브람스 교향곡 4번,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하차투리안 바이올린협주곡(플루트 편곡버젼)등 유명한 레파토리를 지휘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런 유명한 레파토리들은 상임지휘자들의 몫이고 젊은 지휘자들은 생소하거나 소규모의 작품들을 지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국에서 이러한 명곡들을 지휘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이 점에서는 모든 공연이 소중했고, 다 기억에 남습니다. 그중 작품들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서 기억에 남는 공연들은 윤이상 교향곡 2번 등을 연주했던 KBS교향악단의 통영공연, 페트루슈카와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등을 연주했던 국립심포니의 교향악축제 공연이 있습니다. 7월 한경필하모닉과의 연주는 이틀간의 짧은 리허설시간 내에 가장 큰 변화를 느꼈던 연주여서 기억에 남습니다.



-지휘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면.

▲평가에 있어 무대에 서는 음악가 중 가장 주관적인 요소가 많은 직업이 지휘자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연주자와 악단이 선호하는 지휘자가 많이 다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계속 바뀌기도 하고요. 그래도 공통적으로 음악성, 좋은 귀, 좋은 언어능력, 내뿜는 카리스마와 아우라는 언제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휘자로서 나만의 강점과 약점은.

▲뚜렷하게 강점 약점이 있었던 예전 공부할 때를 떠올려서 얘기하자면, 제가 가진 강점은 현장에서의 순간적 반응이 빠른 편이고 대처가 유연한 편인 것 같습니다. 개선할 점이라면 지휘를 하며 음악에 완전히 몰두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입니다. 큰 고심 없이 머리를 잘 비우고 이성적이며 낙천적인 성격이라 깊이 있는 음악에 몰두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감성이 풍부한 음악가들에 비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윤한결
-닮고 싶은 지휘자가 있을까요.

▲지휘와 음악이 혼연일체인 카를로스 클라이버,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뚜렷하며 그것을 포기 않고 끝까지 실현시키는 존 엘리엇 가디너, 인품도 음악도 모두 따뜻한 마리스 얀손스, 이 세 명의 지휘자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작곡가 슈만에 대한 인상과 그의 교향곡 4번의 감상 포인트를 알려 주신다면.

▲슈만은 이전 세대의 베토벤과 많이 닮은 작곡가라고 생각합니다. 두 작곡가 모두 독일스러운 예술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데, 고전적이면서 낭만적이고, 보수적이면서도 매우 혁신적인 작품을 많이 작곡했죠. 그중 교향곡 4번은 고전형식의 보수적인 작품에 속하는데요, 특이한 점이라면 네 개의 악장 모두가 끝나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음악적으로도 하나의 주제와 색깔을 1악장부터 4악장 끝까지 유지합니다. 실제 악보를 보면 한 악장의 작품으로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악장끼리의 유기적인 전환과 유사한 점, 차이점을 느끼는게 감상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꼭 지휘해 보고 싶은 작품이나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은?

▲극장을 그만둔 후 이후 오페라를 지휘할 기회가 없는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바그너와 같은 독일 오페라 작품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관현악곡 중에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브람스 교향곡 3번을 빠른 시일 내에 무대에 올려보고 싶습니다. 작품 자체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이지만, 두 작품 모두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지휘자에게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곡이기에 언제나 두 작품을 완성도 있게 연주할 수 있다면 어느 곡이라도 좋은 연주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22년 교향악축제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인상적인 공연을 남겼죠. 매 공연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와 청중들로부터 인상적인 음악가로 남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국립심포니와 교향악축제는 제게 한국에서의 두 번째 관현악 연주였는데(첫번째는 보름 전 KBS관현악단과 통영),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정말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시고 평가도 많이 남겨주셔서 놀랐습니다. 제가 무대를 오를 때 긴장을 하거나 큰 마음가짐이 필요한 성격은 아니라 연주가 부담스럽거나 심적으로 어려운 것은 없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더 무대에서 음악에 몰두하고 진심을 다해 연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최근 들어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합이 딱 들어지게 잘 맞는 연주보다 인상 깊고 감동을 주는 연주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 오히려 브람스 4번 교향곡, 님로드나 죽음과 변용 같은 작품을 할 때는 일부러 슬픈 생각을 하고 고뇌하며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그 분위기에 빠져들기 위해서요. 페트루슈카 같은 화려하고 비교적 신나는 작품을 할 때는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무대에 올랐습니다.



윤한결
-앞으로의 계획된 공연과 콩쿠르 일정은 있나요.

▲지난 1년간 예상치도 못하게 갑자기 한국에서 좋은 연주들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의 활동이 약간 등한시됐는데, 유럽에서 이런저런 오디션들을 찾아보고 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는 생각에 예전 학생 시절부터 인연이 닿은 오케스트라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연주 일정이 다 밀려서 언제 제 순서가 올지 모르겠지만, 유럽 무대에서도 한국에서만큼 좋은 연주들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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