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광장>군 공항 이전, 방향을 분명히 하자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표가 주재한 광주시·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우리나라 군 공항 16개는 너무 많으며, 광주 군 공항 이전을 특별법 제정과 공항 통폐합 정책 등 두 트랙으로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광주에서 군 공항 통폐합 이야기를 꺼내면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전국 16개 군 공항 주변 주민 모두 자기 지역 공항을 다른 공항으로 통폐합해달라고 말할 것이다. 괜히 공항 통폐합 이야기를 꺼내 특별법 제정이라는 당면 목표를 흐리게 하고, 타 지역민들로부터 광주가 국방 분야에서 예외를 인정받으려 한다고 비난받을까 걱정된다.

‘공항 통폐합’ 비난받을까 우려

대한민국 국방은 북한만이 아니라 주변 모든 국가를 경계 대상으로 삼는다. 제주에는 군 공항이 없다. 광주 군 공항은 평상시에도 우리나라 서남해권 공중 방어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남해안에서 식별되지 않는 비행물체가 광주나 여수 쪽을 향해 비행하고 있다고 치자. 그 비행물체는 항로에서 이탈한 민간 항공기일 수 있다. 적국의 전투기일 경우에도 항로를 잘못 이탈했거나 남한에 투항할 목적의 전투기일 수 있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해하거나 서남해안을 시위 비행하는 중국이나 북한 전투기일 수 있다.

이런 항공기를 향해 바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우리 영토에 비식별 물체가 나타나면 전투기를 즉각 출동시켜 비식별 물체의 정체를 파악하고 문제가 있는 비행기라면 경고방송이나 위협 사격 등을 통해 우리 영공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우호적 비행기라면 호위하면서 길을 안내해 주어야 한다. 침략이나 주요 시설의 폭격을 목적으로 한 전투기일 경우에는 전시 사격절차에 따라 전투를 수행할 것이다. 전투기는 이렇게 미사일 등 현대 무기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와 전시 모두 방공의 일차적 기능을 수행한다.

필자는 군 복무 때 공중 감시와 전투기 관제를 주 업무로 하는 공군 관제 장교로 근무했다. 공군에서 전투기 출격은 ‘분’과 ‘초’를 다툰다. 서남해 상공을 비행하는 이상 물체를 식별하고, 만에 하나 침공을 목표로 하는 적기일 경우 그것을 격추하는 임무에서 인근 군산 군 공항이나 사천 군 공항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꼭 통합해야 한다면 위치상으로 볼 때 오히려 주변 공항을 광주 군 공항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미군 시설이 있는 만큼 통폐합을 하려면 미 공군과의 협의도 필요하다.

광주 군 공항 이전은 7조원 이상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으로서 광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이다. 2020년 11월에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가 벌인 여론조사에서 광주 시민 대부분은 군 공항 이전은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국가가 군 공항 이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이 필요하다. 당연히 광주 정치권이 역점을 두어야 할 일은 특별법 제정이다. 또 특별법 제정은 공항 이전 대상지에 대한 지원금 못지않게 공항 이전 이후 광주 발전에 기여한 내용이어야 한다. 군 공항 이전의 경제성, 이전 후 248만 평이라는 광대한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248만 평을 개발했을 때 공항 인근 이외 지역의 공동화 현상은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등 고민해야 할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특별법 제정에 역량 결집을

그런데 이 지역 정치권 대부분은 오랫동안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는 공항을 받아들일 지역만 나타나면 만사형통할 것처럼 말해왔다. 이전 이후 광주의 미래는 그냥 책상머리에서 작성된 장밋빛 청사진 한 장으로 끝냈다. 현재의 ‘군 공항 이전법’으로 이전이 추진될 경우 광주시 재정에 엄청난 타격이 가해질 것이 분명함에도 그랬다. 이런 무사안일함으로 문재인 정부 5년을 그냥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광주 정치권은 지금까지 군 공항 이전 문제에서 뒷북만 쳤다. 그런데 여기에 다시 군 공항 통폐합과 같은 비현실적 주장을 제기하면 군 공항 이전 사업은 정말 어렵게 될 것이다. 광주 정치권은 초점을 분산시키지 말고 특별법 제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