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추천무비] B급 며느리 外
가족이라는 이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가는만큼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도 그저 안부를 묻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료하게 명절을 보내며 가족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가족을 들이거나 들일 예정인 집이 보면 좋을 영화부터 부모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까지. 긴 연휴를 전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1. B급 며느리

“저, 며느리 아니고 김진영인데요?”

“시어머니랑 한바탕 한 바람에 명절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완벽한 명절을 보냈어요.” 명랑한 목소리로 해맑게 웃으며 영화의 서막을 알리는 주인공이자 감독 선호빈의 아내 김진영. 고부갈등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냈다. “이 집안에 어른이 넷인데, 밥을 먹고 나면 왜 저만 설거지를 해야 하죠?”라며 의문을 제기하며 할말을 다 한다.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해온 가부장제에 맞서는 발칙한 이 며느리는 누구일까? 김씨는 대학에 입학한 이듬해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한 재원이다. 2차를 준비하던 중 남편을 만나 사법고시를 그만두고,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려다 아이가 생겨 전업주부가 됐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아내, 어머니, 어느 집안의 며느리로만 여생을 살아갈 의무는 없다. 고착화된 가부장제 며느리 역할에 반기를 든 그는 시어머니 조경숙의 잔소리에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짊어져 온 모든 억압과 착취에 몸부림친다. 영화에서는 여러 가족 구성원들이 ‘며느리’에 대해 말한다. 감독은 어머니에게 카메라를 켜고 묻는다. “엄마, 며느리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감독의 고모는 말한다. 며느리는 “최하야. 말단.” 상영 내내 통쾌함과 알 수 없는 묘한 희열감, 불편한 감정들이 뒤섞여 배가 간지러울 것이다. 80분. 12세 관람가.


2. 동백

“숨어도 죄고 숨겨줘도 죄”

70년간 국밥집을 운영 중인 괴팍한 노인 ‘순철(박근형)’은 변변찮은 삶을 이어가는 아들 내외와 손자의 앞날이 걱정이다. 어느날,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어 일부러 찾아왔다는 중년 여성에게 국밥을 한그릇 제공한 뒤 대기업에 프랜차이즈 제안이 들어오는데….
이 영화는 지난 1948년 10월 19일 발생한 여순사건을 최초로 영화화 해 알린 작품이다. 국군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도로 건너가 4.3사건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하자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 미 군정의 지원 하에 대규모 진압 작전을 펼쳐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들을 만든 사건이다. 영화에서는 내내 의미심장한 대사들이 등장한다. 힘들었던 미래는 잊고 힘차게 나아가자는 가해자 측과 기회를 줬음에도 신통치 않다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는 피해자 측의 말이다. “숨어도 죄고, 숨겨줘도 죄”라는 영화 속 한 국군의 말은 우리에게 남기는 말일지도 모른다. 주제의식은 좋다. 다만 영화 후반부,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힘은 떨어진다. 매끄럽지 못한 전개와 허술한 개연성이 수반된다. 내내 토속적인 말씨를 살려내지 못한 것도 아쉽다. 108분. 12세 관람가.

3. 두근두근 내 인생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건 흔치 않은 일이야.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뻐.”

선천성 조로증으로 신체나이 80살, 실제 나이 16살 ‘아름(조성목)’이와 철없는 부모인 ‘대수(강동원)’, ‘미라(송혜교)’의 성장 이야기다. 하루하루 늙어가며 고작 33살인 부모를 걱정하는 것만이 제 일이었던 아름이에게 두근거리는 일이 일어나게 되는데….
원작 소설인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출간 3개월 만에 14만 부의 판매부수를 기록한 소설이다. 17살에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된 부부와 17살을 앞두고 세상과 이별을 준비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담담하지만 벅찬 생의 한순간과 사랑에 대한 반짝이는 통찰력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도저히 부모답지 않은 대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수가 아름의 아버지가 아닌 아들로서 자신의 아버지(김갑수)와 마주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아픈 손자보다 고생하는 내 자식이 더 안쓰러운 부모의 마음을 평생 가늠이나 할 수 있을지 눈물을 쏟게 된다. 우는 어떤 자식이었고 앞으로 어떤 부모가 될까. 부모가 되는건 정말 무섭고도 행복에 겨운 일이라는걸 깨닫게 되는 영화. 111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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