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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복합쇼핑몰, 광주 비추는 거울
2022년 09월 18일(일) 16:02
<열린세상> 복합쇼핑몰, 광주 비추는 거울
정진탄 뉴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위원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복합쇼핑몰의 있고 없음’의 차원에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복합쇼핑몰이 무엇이라고, 있으면 뭐하고, 없으면 뭐하냔 식의 인식과 논리다. 이런 사고 기저에는 그간 복합쇼핑몰을 둘러싼 정치권, 유치 과정 참여를 놓고 벌어지는 시민사회단체 간 갈등 양상에 대한 피로감이 쌓인 듯하지만, 애초 복합쇼핑몰을 거대 상가건물쯤으로 여기는 시각에서 비롯한 바가 없지 않다.

얘기를 진전시키기 전에 먼저 이런 케이스를 보자. 지인 중 스타벅스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가 있는데, 그는 왜 그런 데를 가냐고 타박한다. 광주 거주 50대인 그는 대학 재학 당시 운동권에 물든 적이 있다. 그는 외국 자본의 상품화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아직도 그런 인식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답답한 필자는 그에게 미국 경제뉴스매체 블룸버그 통신을 한번 보게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국경 없이 넘나드는 자본의 속성을, 국가마다 힘쓰는 투자 유치를, 여기서 제조되는 상품 유통을 깊게 인식하게 하려는 뜻이었다.

새 문물에 대한 심리적 저항

그런데 모르긴 몰라도 이 지인은 외국 자본 또는 상품에 대한 공부가 부족해서 스타벅스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극히 심리적 이유에서 연유했을 것이란 추측이 든다. 커피 좀 마시려면 누구나 찾아가야 한다는, 문화적 강요에 못 이겨 가는 듯한 미국 브랜드 스타벅스가 싫었을 것이다. 왜 굳이 메이저 브랜드의 커피를 마시느냐, 동네 알뜰커피도 있는데, 특별히 다른 맛이 있느냐는 저항감의 발로일 수 있다.

이런 심리를 좀 확장하면 복합쇼핑몰에 대한 피로감도 백화점과 마트처럼 이런저런 유통업체가 즐비한데 왜 굳이 복합쇼핑몰을 들여오려고 하느냐, 그것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하는 심리적 저항에서 부유하는 것일 수 있겠다 싶다. 복합쇼핑몰, 또는 관련 논쟁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의 인식과 선택은 자유이기 때문에 어떤 걸 강요할 순 없지만 여타 사람의 선택, 즉 스타벅스든 복합쇼핑몰이든 그 필요성에 목말라 하는 이들의 선택에 대해서도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문물, 외국 상품에 대한 특정세력의 심리적 저항에는 광주와 자본주의 시장 간 친밀성이 낮은 점에서 기인한다는 인식은 옳다. 신조류에 대한 접촉의 장이 타 광역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이로 인해 시민이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 감소할 수밖에 없다. 광주지역에 왜 그런 기회의 장이 열악했는지에 대해선 별도 논의의 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우선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되고 마음이 여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란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지역에서 자본주의 요소들이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다 보니 이를 떠받칠 기제가 필요하다. 국가 주도, 국가 지원형으로 추진되는 현안 사업이 나오기 마련이며, 이번 복합쇼핑몰 추진에도 국가 주도형이란 명칭이 붙어 다니다 정부와 여권이 호응하지 않자 국가 지원형으로 급 톤다운된 바 있다. 물론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했으니 그 실현을 위해 정부예산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세워달라고 할 이유는 있다.

그러나 국가가 나서 복합쇼핑몰을 지어준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으며 또 그럴 리 만무하다. 광주시는 9,0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했다가 논란을 빚자 이윽고 그렇게 예산 책정 못하겠으면 어떻게 지원할지, 대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러는 과정에서 광주형 복합쇼핑몰이 국가 지원형으로 건립된다고, 그렇게 해달라고 광주지역민이 생떼를 쓴다고, 타 지역으로부터 호된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전라도는 왜 항상 그런 근성을 보이느냐며 매우 상스러운 언어가 온라인과 언론매체 등에서 오갔다.

때에 따라서는 국가와 정부가 지역 배려차원에서 사업을 주도할 수 있겠지만, 시장의 기능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의 복합쇼핑몰이라면 전라도 격하를 불러오는 요구와 행태는 자제함이 옳다. 설령 윤 대통령이 국가 주도형으로 해준다 해도 광주에서 이런 제안을 덜컥 받는 게 합당한지 논의해봐야 한다.

광주 사회구성체 재정립

또 윤 대통령이 지역 발전을 위해, 도시 경쟁력을 위해 복합쇼핑몰 유치를 이슈화하고, 업체 공모를 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윤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제스처라도 취하는 것이 상도덕이고 정치도덕일 것이다. 윤 대통령이 싫더라도, 그가 복합쇼핑몰 유치를 순전히 정치적 이익을 고려해서 던진 공약이라고 해도 말이다. 진정 ‘광주다움’의 가치는 그런 데서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존 도시질서의 관행을 깨고 현대인 삶에 새로운 문화를 부여하는 복합쇼핑몰은 개인의, 집단 일각의 심리적 저항을 부를 수 있으며, 이에 따른 고통이 수반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퇴화한 듯한 지역 내 시장 유전자를 깨우는 일이며 자본·기업을 악으로만 보는, 혹시 있을지 모를 이상한 망령을 내쫓는 일이다. 그리고 낡은 이념에 얽매이거나 눈앞의 이익에 매몰된 일부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세력 재편의 계기일 수 있다. 복합쇼핑몰은 광주 사회구성체 여러 곳을 비추고 재정립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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