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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홍역’이 우려되는 도시
2022년 09월 04일(일) 16:01
<열린세상> ‘홍역’이 우려되는 도시
정진탄 뉴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위원


광주지역 항간에 떠도는 얘기 하나가 있다. 광주시장직을 수행하기가 대통령직 다음으로 힘들다는 말이다. 이것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지만 시장직이 꽤나 벅차고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방권력을 쥐었다는 시각을 넘어 일반 시민이 잘 모르는 가시방석의 구석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우선 민원인의 시청 앞 시위 또는 집회가 시장이란 자리를 괴롭히거나 곤혹스럽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또 시민사회단체가 일방적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며 정책 결정과 집행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려는 경우, 그리고 팩트를 왜곡해 비판하는 언론보도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울러 행정을 펼치다 보면 각종 의혹과 오해에 시달릴 것이니 때론 시장직을 포기하고 싶겠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건물 붕괴, 홍수처럼 뜻밖의 재해·재난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행정수장은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특히 지도자에게 전적으로 매달리는 우리 사회구조와 의식을 고려하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주요 현안마다 고차원 방정식

언제 안 어려울 때가 있었을까마는 요즘같이 광주 현안이 행정수장의 깊은 사유와 행동력을 필요로 하는 때도 드문 것 같다. 민선 7기 이용섭호로부터 키를 이어받은 민선 8기 강기정 시장은 주요 현안을 5+1로 명명했다. 5대 현안으로 안전 문제를 제기한 지산IC를 비롯해 복합쇼핑몰 유치, 백운지하차도 개통, 일신방직·전방 부지 개발, 어등산 관광단지사업 등을 꼽았다. 또 군 공항 이전 문제를 5+1 가운데 1로 규정하고 특별법 재개정 등을 통해 대응해가겠다고 했다. 강 시장은 5+1에 대한 해결책을 올 연말까지 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현안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고차원 방정식이다. 강 시장은 특히 6대 현안 중 어등산 개발 사업이 가장 어려울 수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어등산 개발 사업은 17년째 표류하고 있는 난제 중 난제다.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역대 광주시장들이 해결하지 못하고 물러났을 정도다. 해법을 제시하고 실제 사업을 달성하면 ‘행정 노벨상’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광주지역에서 난제를 풀어가는 데 고려해야 할 최대변수 중 하나는 공공성, 또는 공익성이란 가치다. 어떤 개발 사업을 할 경우 공익성의 가치가 최우선시 되는 경향을 보인다. 어등산 개발 사업도 업체의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을 훨씬 크게 해야 한다는 인식과 논리가 지배적이다. 전방과 일신방직의 부지 개발 또한 근대문화 유산의 보존은 물론이고 상업성보다는 공공성을 담보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좀 더 나아가면 옛 신양파크 호텔 자리의 개발 사업도 공공성 또는 공익성에 무게를 두고 추진되고 있다. 애초 생태시민공원으로 조성하려던 계획이 민선 8기에서 일시 중지되기는 했지만 당초 기조를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약간 결이 다르긴 하나 옛 적십자병원의 활용 방안과 관련해 5·18 사적지로서 원형 보존 의견이 우세했고, 대폭 리모델링을 통한 미래세대의 활용 의견은 수용되지 않았다.

이런 논의는 행정 당국과 민관 관계자,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진다. 이들의 결론은 거의 예측이 가능한데, 언급한 대로 공공성, 공익성 확보, 그리고 원형 보존 등이 주를 이룬다. 누가 나서서 공공성, 공익성을 거부할 것이며 사적지의 원형 보존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이런 논리나 가치를 따르면 도시 경쟁력 제고와 발전이 동반 상승해줘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개발 이익 또는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어느 기업이 나서서 할 것이며, 현지 주민의 저항을 어떻게 이겨내고 사업을 추진할 것인가. 단적인 예로 어등산 개발 사업이 번번히 무산되고 과거 복합쇼핑몰 유치가 좌초된 일이 이를 웅변한다. 그동안 이 사업들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책임은 누구에게 있고 피해는 누가 입는가.

세월이 흐르다 보니 공익성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뒤로는 사익을 취하려 한다는 세력이 있다는 지적이 공공연히 나온다. 최근 복합쇼핑몰 유치를 둘러싸고 시민사회단체 간 갈등이 빚어진 저변에는 이런 입장의 흐름이 깔려 있다. 정책 결정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강하다. 이들이 과연 시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인프라 개선·의식 변화 요구

또 시민사회단체가 어떤 개발 사업을 저지할 때 시민 대표성을 띠는가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과거에는 흔치 않던 인식이다. 덧붙여 공익성과 수익성이 꼭 대척점에서 부딪치는 가치들인가도 재고해봐야 한다. 수익이 안 나는 사업을 기업이 할리 만무한데다 이들이 세운 건축물은 결국 전체적인 도시 발전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익성을 전제로 기업 활동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확장된 인식이 필요하다.

허나 기존의 인식과 관행을 깨고 나아가기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광주시장직을 수행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는 점도 이런 지역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5+1 현안과 그 이외 시급한 개발 사업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심한 홍역이 우려된다. 인프라를 대폭 개선하고 이를 바라보는 시민 의식의 획기적 변화가 요구될 것이기에 상당한 아픔이 뒤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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