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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 발굴만 해선 안된다

이연수(경제부장)

2022년 08월 30일(화) 17:38
폭염에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8월 한 달 새 우리 사회 복지사각의 짙은 그늘을 드러낸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경기 수원에서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광주에서 보육원 출신 보호종료 청소년 10대 두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비보가 그것이다.

지난 21일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는 수년 동안 암·난치병 등의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60대 어머니는 난소암을 앓았고, 아버지는 수년 전, 빚만 남긴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40대 두 딸은 각각 희귀난치병과 정신질환이 있어 일상생활이 어려웠고, 생활능력이 있던 큰 아들은 3년 전 희귀병으로 사망했다.

광주의 보육원 출신 A군은 올 초 대학에 합격한 후 보육원을 나왔으며, 지원금 700만원 중 상당 금액을 기숙사비와 생활비로 써버리고 돈 문제로 고민해 왔다. B양은 지난해 보육원에서 나와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함께 생활했으며 평소 주변에 우울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적극적 복지지원책 이어져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의 이웃들을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한 사회적 충격과 반성이 크다. 수원의 세 모녀 사건은 8년 전인 2014년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사건과 닮은꼴이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복지 3법’ 등 사회보장시스템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사회안전망이 닿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는 부지기수다.

세 모녀는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달라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빚 독촉 등의 이유로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화성이 아닌 수원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 모녀는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이력도 없이 고립됐다.

보육원 출신 10대에겐 사회적응 교육과 적극적인 멘토링이 필요했다. 아직은 세상에 적응력이 미숙한 10대들이 좌절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게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줄 자립지원책이 무엇보다도 절실했다.

혹자는 죽을 힘으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살 도리를 찾아야 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환경의 사람들이 있다. 일자리가, 사회가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자본주의 그늘에서 그들은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렸다. 그들은 사회·경제적 약자이면서 의료 약자, 여기에 더해 정보 약자였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당사자 신청주의에 입각해서 진행된다.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다. 주소가 불분명한 경우 끝까지 소재를 파악해야 한다는 방침과 이를 위한 방법을 사업 지침에 담았다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건 이후 각 지자체에서는 앞다퉈 사회안전망 재점검에 나서고 있다. 사회보장시스템에 수급 이력이 없는 주거지 미상 위기가구도 유관기관과의 정보연계 등을 통해 끝까지 찾아내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은 52만3,900명이지만, 실제 지원으로 이어진 경우는 절반 가량인 27만1,102명에 그쳤다. 수원 세 모녀와 같이 대상자로 분류되더라도 연락이 닿지 않은 사람이 올해 5월 조사에서만 1,177명이나 됐다.

복지사각지대를 발굴만 해서는 안된다. 은둔형 사회 소외계층이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주는 적극적인 복지지원책이 이어지는 게 더 중요하다. 복잡한 제도나 법률 서비스를 설명해 주는 교육도 필요하고, 복지서비스 전담 인력 확대도 시급하다.



#책임은 사회와 국가에 있다



세 모녀의 죽음은 늦었지만 우리 사회에 취약 계층이 더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보완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누구나 최저생계비만큼은 보장받을 수 있고 더는 가난을 이유로 목숨을 끊지 않도록 복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는 국가의 책무다. 국가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가 국민 생존권을 해태했다면 이는 어린아이를 사막 한 가운데 놓아둔 것과 같은 범죄다. 국가의, 먹고살기 바빠 무관심한 사회 구성원들의 미필적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관심없는 세태, 이들을 등한시한 책임은 분명코 사회에 있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위기 이웃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관심도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세 모녀의 죽음, 보호종료 10대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분명 사회적 타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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