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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자연미가 주는 미학
2022년 08월 29일(월) 17:10
<화요세평>자연미가 주는 미학
김명화 교육학 박사·작가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 속담이 딱 맞는 시기다. 며칠 전만 해도 덥고 습한 밤기운에 잠을 설쳤는데 처서가 지나니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모처럼 깊은 잠을 잘 수 있어 서서히 오는 가을을 충만하게 환대한다.

여름과 가을이 맞닿은 계절에 경복궁 역사기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 좋다 하지만 가끔은 단체로 떠난 여행에서 참맛을 즐긴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궁궐의 대해서 알고 옛것을 통해 배움의 시간을 갖는다.

오래 전에 경복궁은 가 본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왕의 건물에는 용머리가 없다는 것이며 왕비가 사는 교태전 후원의 십장생이 그려진 아름다운 굴뚝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이번 궁궐의 여행에서는 근정전 너른 마당에 깔린 박석의 미학을 발견하였다.

경복궁 근정전 박석 주목

경복궁 근정전 마당을 걷기에 불편하였다. 구두를 신은 사람들은 잠시 멈추어 걸었다. 그런데 조선시대 근정전 마당에는 건축의 지혜가 담겨 있다. 특히, 근정전 마당에 깔린 박석에 관한 내용이다. 박석의 기능은 첫째, 조정에서 행사가 오랫동안 진행되어 햇빛의 반사로 눈에 피로를 줄 수 있는데 거친 표면의 박석은 눈이 편안하다. 둘째, 거친 표면은 미끄러운 가죽신을 신고 다니는 관리들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셋째, 비가 내리면 박석 사이로 빗물이 빠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화해설사의 해설에 의하면 창덕궁 복원 작업에 박석 대신에 화강암을 깔았더니 눈이 부셔서 마당을 오랫동안 바라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 근정전을 바라보면 마당에 깔린 박석 사이로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모습을 볼 수가 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소쇄원이다. 대나무 숲을 지나 소쇄원의 물길을 따라 시나브로 걸으면 시대를 넘어서 있는 것 같다. 소쇄원은 양산보가 만든 민간정원이다.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담장 밑으로 흐른다. 그 위에 광풍각과 제월당 건물이 들어서 있다. 오래전 소쇄원을 갔을 때 대나무를 이용해 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소쇄원의 모습은 옛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것은 오래 된 가치를 담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은 소쇄원은 인적이 드물어 광풍각에서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있으며 옛 선비가 된 듯하다. 광풍각 뒤 제월당은 소나무 숲과 대나무 바람소리를 들으며 글을 읽고 학문을 닦는 공간이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은 ‘박석이 깔린 근정전은 비가 내리는 날은 박석 이음새를 따라 물이 잘 빠져 나가 자연의 리듬을 살린 박석의 미학’ 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소쇄원도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 물길을 보고 싶어 그리움에 발길을 이끄는 곳이다.

경복궁 근정전 마당에 깔린 박석을 보면서 소쇄원의 자연미를 살린 정원에서 건축의 아름다운 미학을 생각해 본다. 근정전 앞마당에 깔린 박석은 자연이 주는 본질을 살린 건축의 미학이며, 소쇄원의 자연과 인공의 조화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이다.

선조들 지혜의 창조물 감사

건축가 승효상은 ‘한국의 정원은 선조들의 세련된 지적 감성을 가졌으며 자연에 대한 이해의 정도는 명료함을 넘어 지혜로움 그 자체라고 하면서 선조들의 건축은 자연과 적극적으로 공존하려는 자세이며 자연과 나를 서로 납득시키는 지식인의 창조적 태도로 나타난 건축물’ 이라고 하였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담양의 소쇄원의 미학을 생각하면서 선조들의 사물을 보는 성찰의 깊이를 느껴본다.

여행을 하다보면 각 나라마다 정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을 여행 할 때다. 처음에는 섬세한 정원을 보고 놀랐지만 계속 보니 눈길이 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건축과 정원은 자연과 공존하는 선조들의 지혜의 창조물이기 때문에 인간은 그 공간과 하나가 되며 자주 보아도 질리지 않아 다시 찾게 된다.

단체 여행에서 문화해설사의 역사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선조들의 자연미가 주는 미학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박석의 미학과 소쇄원의 맑고 깨끗함을 추앙하는 시간을 갖는다.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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