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천재 조각가라고 불리는 권진규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지만 그의 대표작인‘지원의 얼굴’을 보게된다면 ‘아! 이 작품’이라고 외치며 잊혀졌던 학창시절 기억이 소환되기도 할 것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권진규의 작품인 ‘지원의 얼굴’이 실렸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조명될 만큼 권진규는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한국 근대 미술 거장’으로 꼽힌다. 때문에 예술계에서는 권진규에 대해 또렷히 알고 있으며 추앙받는 예술인임은 틀림없다.

권진규가 다시금 우리들을 찾아오게 된 배경은 권진규기념사업회와 유족으로부터 ‘권진규 컬렉션’ 141점을 기증받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올초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노실의 천사’ 전시를 열게되면서다. 권진규의 생전 작품 기록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은데다 BTS 리더 RM이 소장품을 내 놓는다는 소식에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리고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의 바통을 이어받아 광주시립미술관에서‘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영원을 빚은, 권진규’가 열리고 있다. 전시성사 배경은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의 제의로 시작됐다.

권진규는 1947년 이쾌대가 운영하는 성북미술연구소를 다니며 미술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후 28세의 나이에 일본 무사시노미술학교 입학하며 시미즈 다카시 교수를 만난다. 그의 스승인 시미즈 다카시는 에밀 브루델의 제자다. 에밀 브루델은 로댕이 스승으로 권진규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권진규는 이를 바탕으로 동서양 미학을 넘나들며 독자성을 확보했다.

권진규는 피안의 세계로 떠나기 1년 전인 1972년 3월 3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건칠을 되풀이하면서 오늘도 봄을 기다린다’시를 썼다. ‘봄’을 기다렸던 권진규는 화려하게 꽃피는 ‘봄’을 누리지 못했고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스스로 삶을 끝내고 만다. 예술계에서는 뒤늦게 권진규를 재평가했지만 대중은 여전히 권진규를 알지 못한다. 광주에서 열리는 전시를 통해 그가 ‘봄’을 기다리며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오롯이 느껴보는건 어떨까.

/이나라 문화체육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