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손길이 닿았다고 해서 작품에도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편견 없이 작품의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작품 또한 저평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4일 광주 무등갤러리에서 ‘광주-전국 장애인 미술 단체교류전: 무장애 ART전’이 개막했다.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광주·전남 대구와 전북 등지 6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를 주관한 광주장애인미술협회 문경양 회장에게 이번 전시는 의미가 깊다. 기존 광주·전남에서만 그치지 않고 대구와 전북으로 참가 범위를 확대해 전시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장애인 작가들의 경우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적고, 장애인이 그린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저평가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바로잡기 위해 그리고 영·호남 간의 화합의 교류를 목표로 전시를 준비했다.

“예술로서 장애가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뜻에서 전시 명을 무장애 아트전으로 했어요. 올해는 광주·전남 뿐만 아닌 대구와 전북에서도 참여하게 됐어요. 특히 대구의 경우 장애인미술협회와 작품 교류를 위한 협약을 맺었어요. 장애라는 선입견을 벗겨내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기 때문에 향후 전국에 있는 미술협회가 참여하는 교류전으로 발전해 나가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는 회화, 문인화, 조각, 공예, 서예, 서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65점을 감상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예술종합세트다.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스쿠터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고양이, 어린 시절 향수 속 허수아비, 광주시 공예명장 1호 작가의 매듭 자수의 머리빗, 기린의 표정을 사실감 있게 담은 그림까지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경양‘용궁을 향하여’ /광주장애인미술협회 제공

문경양 회장의 ‘용궁을 향하여’는 금색의 잉어 8마리가 용궁을 향해 가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물고기를 지니고 있으면 자녀가 잘된다는 속설에 따라 문 회장 또한‘자녀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김선환 작가의 ‘천년의 미소’ 는 ‘신라의 미소’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를 동판공예로 재연했다. 동판의 표정과 음영 하나하나를 살려냈다.

우전 박영실 작가의 ‘봄’은 물방울을 바라보며 걷는 오골계 병아리를 통해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기까지의 어머니의 사랑을 문인화로 표현했다. 물방울이 즉 어머니의 눈물과 인내인 셈이다.

전시를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예술은 생계이기도 했지만, 편견의 절망 속 위안이 되는 수단이 됐다. 작품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알리고 또한 장애인도 다양한 공간에서 예술활동을 펼쳐나가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박영실 작가는 “복지관에서 예술 관련 수업을 하던 교수가 외국의 유명 작가를 열거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존경하는 장애인 예술인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지만,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며 “그 모습을 보고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존중받는 예술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견 없는 세상 속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염원했다.



/이나라 기자

김선환 작가 ‘천년의 미소’ /광주장애인미술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