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기고=백인숙 여수시의원]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궁극적 지향은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회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사회, 그것은 달리 말하면 차이를 차이로 인정하면서 모두 자유롭게 자아를 실현하는 사회, 휴머니즘이 꽃 피는 사회라 생각한다. 이런 휴머니즘 사회를 실현해 가는데 있어 지역 자치는 매우 중요한 길목이며 그것은 각자, 그리고 서로라는 휴머니즘의 이상을 실현하는 구체적 현장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이러한 이상이 관철돼 가는 모습이 바로 지역 거버넌스이다. 거버넌스는 건강한 파트너십을 전제로 하기에 무엇보다 먼저 서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거버넌스 패러다임은 궁극적으로 행정, 경제, 산업, 과학, 교육, 복지, 문화, 예술, 종교, 봉사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국가 또는 지자체와 민간 네트워크가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과 주민과 함께하는 정부, 다양성이 꽃피는 지역, 새로움이 넘치는 사회라는 목표 아래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6대 추진전략과 33개 세부과제를 제시했으며, 현 정부도 국정목표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제시했다.

이는 자치분권의 새로운 이정표로서 중앙과 지방이 동반자적 관계로 전환하고, 자치분권의 최종 지향점이 주민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담고 있어 자치분권의 토대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거버넌스 체계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다양한 영역이 수평적 연대와 협력으로 공동체 운영에 함께해 공공의 의사결정과 집행에 공동 참여하고, 자율과 책임, 참여와 합의, 실천과 협력, 조정과 통합의 거버넌스 문화가 일상화하면서 각 주체들마다 성숙과 사회경제적 성취를 바탕으로 다원적 휴머니즘 사회체제를 지향해 나가는 것이지만, 여수시의 현실은 어떠한가 뒤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여수시의 상황을 보면 거버넌스와 자치분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상 거버넌스의 형식적 요건만 갖춘 상태를 지속하고 있고 실제 각 부서에서 운영하고 있는 위원회 구성원을 보면 전문성을 갖춘 시의적절한 인사로 구성되지 않고 지방자치법에 의한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있어 지방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거버넌스 정신에 못 미치는 운영이라고 판단한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삶에 밀착해 영향을 끼치고 실제 국가사무의 상당 부분을 위임받아 직접 수행하고 있음에도 로컬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것은 주저하고 있다.

지방분권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여수시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라 일컫는 지방자치가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 온 지 31년이 흘렀다.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시키고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각 부서 위원회를 로컬 거버넌스 체계로 바꿔야 할 것이며, 외형적 치장을 앞세우기보다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변화와 성숙을 이끌어 내면서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방식으로 과정을 잘 설계해야 한다.

단순한 주민 간담회 등 소통의 확대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소규모 지역개발사업에만 국한돼 있는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주민이 실질적 주권자로서 지방재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핵심 간부들과 적어도 관련부서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거버넌스 교육, 거버넌스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효성 있는 교육, 액션 오리엔티드 교육부터 잘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후 지속적인 거버넌스 학습모임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것도 제도 정착을 위해 중요하다. 담당자들이 관련 그룹, 관련 기관단체들과 시간을 갖고 서로 소통함으로써 상호 신뢰가 쌓이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도록 격려하고 지지해야 한다.

또한 담당자들이 거버넌스의 도입을 귀찮아하고 업무의 연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목표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진행해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나 인사평가 방침, 평가지표, 평가체계 개선도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거버넌스는 담당자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민간 전문가를 대하는 관점의 변화와 성숙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대구 달서구의 ‘행복나눔센터’ 공무원들은 일반적인 관성을 뛰어넘어 ‘현장’사업과 ‘비예산’사업의 원칙을 세우고, 직접 지역 내의 재능기부, 후원금 기부 등과 같은 다양한 민간의 서비스 자원을 접촉해 네트워킹하고, 이를 지역 내 서비스 수요층, 이를테면 학원을 못 가는 아이들, 식료품과 생필품이 필요한 가정, 도움이 필요한 주민, 또 비용이 필요한 곳과 연결시키는 등 사회복지서비스를 확대해 지역 공동체를 강화한 사례가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행정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공직자들이 정책과 사업의 기획, 집행자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거버넌스 코디네이터와 지방자치의 촉진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과정에 거버넌스 전문기관이나 그룹들과 협력해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관련한 운영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받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지방의회도 거버넌스 시대를 맞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거버넌스 이전의 시대에 지방의원의 역할이 주민의사의 대표자, 주민의지의 대리자, 행정의 감시·견제자이었다면, 이제는 행정과 시민사회 간 코디네이터, 로컬 거버넌스의 촉진자, 주민주권 구현의 선도자로서의 역할 또한 수행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함께 로컬 거버넌스를 향한 의지를 보이고 실천할 때, 여수시의 로컬 거버넌스가 정립될 수 있다.

여수시가 지방분권형 지방자치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시민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로컬 거버넌스 체계 구축에 힘써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