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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복합쇼핑몰엔 계급성이 없다
2022년 07월 24일(일) 13:44
<열린세상>복합쇼핑몰엔 계급성이 없다
정진탄 뉴미디어본부장 겸 논설위원


지난 2월 대선 기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송정매일시장에서 유세를 통해 복합쇼핑몰 이슈를 던졌을 때, ‘아 이것은 큰 것인데…’하고 직감했다. 그 전까지 복합쇼핑몰 유치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와도 헛바퀴만 돌았다. 광주에서 복합쇼핑몰을 짓자고 하는 발상 자체가 지역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왠지 모를 가위눌림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한 차례 건립 무산 학습효과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가 직접 유치를 언급했으니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

윤 대통령이 복합쇼핑몰 이슈에 불을 댕기기 훨씬 전 ‘더현대 서울’, 스타필드 등을 방문한 바 있는 필자는 이런 건물이 광주에 들어오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대규모 건물이 들어올 부지가 없어서라기보다 세련되고 엣지 있는 건물이 세워지려면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을 것이라고 지레 겁먹었기 때문이다. 도심이든 외곽이든 이 엄청난 쇼핑 빌딩이 광주에 들어선다고 하면 소상공인, 자영업자, 그리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시민사회세력, 애초 쇼핑이란 글자에 무조건적인 거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

거대 문화공간, 또 다른 세상

어쨌건 ‘더현대 서울’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필자는 순간 딴 세상에 와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내부는 쇼핑객을 맞아들이는 공간이 아니었다. 시민들이 활보하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디자인돼 있으며, 차담을 하거나 식사를 하는 시설로 둘러싸여 세상 속의 또 다른 세상이었다. 기존 백화점과는 차원이 다른 쇼핑 공간의 개념이며 쇼핑을 넘어선 하나의 거대 문화공간이 펼쳐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대적 쇼핑 공간이 광주 도심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내면 한동안 상당한 문화지체, 쇼핑지체 현상을 겪는 시민이 많을 것이란 우려도 하게 됐다. ‘더현대 서울’과 같은 쇼핑·문화 복합공간을 미리 경험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는다면 갑작스러운 별세계에 시민들이 진입하면서 뒷걸음질 치거나 내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디스플레이된 상품과 직원들의 세련된 서비스에 적응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운 걱정을 해봤다.

광주 시민들은 근현대사의 모진 세월 속에서 안락한, 호화로운 쇼핑·문화공간을 누리지 못하며 밋밋한 도시 생활을 영위해왔다. 아직도 복합쇼핑몰이란 단어에 체질적인 거부감을 나타내는 부류가 다수 있을 것이다. 특히 광주지역 50대 남자가 복합쇼핑몰에 냉담함을 가장 많이 보인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는 무엇 인고 하니 아마 최루가스를 가장 많이 흡입한 세대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세대는 대학 다닐 당시 민주화 투쟁을 벌이며 매판자본주의, 천민자본주의란 용어로 상업성을 극도로 혐오했다. 하다못해 여성들의 다소 짙은 화장에 대해서도 지탄하곤 했다. 유명 브랜드 패션을 걸치는 것은 죄악시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쩌랴. 세월은 변하고 변해서 천민, 매판자본주의란 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되레 귀족노동자들이 출현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세상을 맞았으니. 민주화의 성지라고 하는 광주에 복합쇼핑몰이라니 가당키나 하는 가란 격정은 접어두시라. 이미 광주 도심은 럭셔리한 수입 자동차들로 깔려 있고, 쇼핑을 싫어하는 50대는 이런 차종을 몰고 골프장으로 향하고 있지 않는가.

현대인의 새로운 문물 수용

50대 세대의 자녀들은 취업난으로 허덕이며 스터디카페를 전전하고 있다. 공부에 지친 이들에게 현대적인 오브제로 치장된 쇼핑몰을 거닐며 연인끼리 담소를 나누고, 또 파스타를 먹으며 젊은 날의 시름을 달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공간을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50대가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자녀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쓸데없이 쇼핑몰을 나돌아 다니는 일이 아닌 것이다. 이들에게 현대적 의미의 해방구가 필요하다.

복합쇼핑몰을 가보면 사실 쇼핑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냥 복합 문화공간을 즐기는 것이다.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한 주간의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을 상업성에 찌들어 있는 인간들이란 삐딱한 시선으로 볼 필요가 전혀 없다. 소위 ‘있는 녀석들’, 부르주아의 소비문화 향유의 장이 아닌 것이다. 서로가 어울리며 현대적인 문화와 매너를 익히는 것이며 서비스를 공유, 업그레이드·업데이트 해가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현대 도시 생활에서 긴요한 공존의 법칙을 알게 되고 비매너의 어투, 태도, 사고방식을 세련화해 가는 기회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21세기 새로운 문물을 우리의 삶 속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광주지역은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복합쇼핑몰의 노하우와 문화 서비스를 느끼는 최상의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가 수년 내에 많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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