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하나뿐인 지구’를 통해 접한 브라질의 지방도시 ‘꾸리치바(Curitiba)’.



■활력 넘치는 도시 변모

필자는 “어떻게 하면 살기 좋고 찾고 싶은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다시금 이 도시를 떠올렸다. 지금은 ‘친환경 생태도시’의 대표적인 모델로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과거 급격한 산업화와 이주민 유입에 따른 인구 급증으로 환경오염이 심각했던 도시였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변화한 쿠리치바를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라고 칭하고, 공직사회에서는 단골 벤치마킹 도시로 언급하곤 한다.

꾸리치바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71년 건축가 출신인 자이메 레르네르(Jaime Lerner)가 시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다. 버스를 지상의 지하철로 이용하는 ‘중앙버스 차로제’ 도입과 도심지가 아닌 주거지역에서는 전체 면적의 50%에만 건물을 짓도록 하고, 나머지는 나무 식재 또는 자연 상태로 남겨두도록 했다.

머나먼 해외도시의 성공사례이긴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단체장과 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동참한 결과이다. 광주 동구도 민선 7기 들어 성공적인 도시개발·재개발 사업 추진으로 인구 10만 명 회복에 이어 도시 곳곳에 활력 넘치는 변화가 일고 있다. 동구는 무등산국립공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푸른길공원,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등 역사문화유산이 풍부한 곳이다. 이러한 자산을 잘 활용해 ‘동구만의 색을 입히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사람과 자연 그리고 도시가 공존하는 ‘생태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공간은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고 정서적 안정을 준다. 이를 위해 도심에 녹(綠)을 입히고 친수공간을 확보하자. 무등산에서 5·18민주광장까지 녹색 연담화를 통해 무등산의 녹음을 시내까지 끌어오고, ACC에서 푸른길, 광주천으로 이어지는 녹음 수변길과 주민들의 손때가 묻은 골목 둘레길을 만들자. 자투리 공간에는 대대적인 수목을 심는다면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상큼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건축물을 하나의 종합예술품으로 가꾸는 정원 도시를 만들자. 아름다운 도시공간은 건축물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같은 모양의 건축물을 지양하는 싱가포르의 도시정책은 참고할 만하다. 현재 동구에는 푸른마을공동체센터, 충장22, 충장동 행정복지센터, 미로센터, 동구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 ‘옥상정원’, ‘하늘정원’ 등 다양한 명칭으로 녹지공간을 조성했다. 이는 주민들에게 쾌적한 쉼터를 제공하고 열섬현상 완화 등의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민간건물까지 확대함은 물론 하나의 건물이 공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직정원 사업 역시 보다 규모 있게 추진해 도시를 하나의 큰 정원처럼 유기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겠다.

셋째, 동구 곳곳을 보행자 우선인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어가자. 동구가 ‘체류형 문화관광도시’ 조성에 힘쓰면서 앞으로 외지인들의 방문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학동 삼거리, 동명동 카페의 거리, 예술의 거리, 금남로4·5가, 어린이보호구역 등을 대상으로 보행환경 및 자전거도로 안전 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람과 자연, 도시가 공존하는 생태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은 이미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혁신적 발상·인식 대전환

미래 세대가 꿈꾸는 행복한 도시는 오래된 건축물을 부숴 새롭게 짓거나 격자형 아스팔트 도로, 좁은 콘크리트 골목, 삭막한 도시환경이 아니다. 도시 구성원의 혁신적인 발상과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질 때 좀 더 빨리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법이다. 모든 일에는 우려와 기회가 상존한다. 우려만 한다면 현상 유지에 그치겠지만, 기회에 주목하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숨 쉬는 열린 공간과 새로움이 묻어나는 건축물, 녹음이 넘쳐나는 생태도시에 걸맞은 동구다운 도시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