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 기고=전남도 조석훈 해상풍력산업과장]문득 40여년 전 고등학교 화학시간이 떠오른다. 뭔지 모를 외계어로 가득한 원소기호를 외워대던 시절. 그때는 그저 시험문제 하나 더 맞추기 위해 외우고 또 외웠던 원소 주기율표가, 수소 담당 과장이 된 지금의 나에겐 신세계 그 자체다. 물(H2O)을 쪼개서 산소(O)를 분리하면 주기율표의 넘버원 수소(H)가 만들어지는 원리에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넘어 이제는 기후재앙에 접어든 요즘,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화석연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로의 에너지 대전환을 이뤄내야만 한다. 그 중심에 수소가 있고, 유독 전남이 돋보이는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전남의 미래 먹거리, 청정에너지 그린수소 때문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미래 청정 에너지원, 수소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원이다.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며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수소는 폭증하는 에너지 수요, 환경오염, 자원고갈 등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자원이다.

독일 등 유럽은 이미 2010년부터 태양광·풍력발전과 연계해 수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자원 대국인 호주도 수소를 활용한 세계 최대 수소생산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4년부터 수소 사회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적 에너지 급변 시대에 발맞춰 우리 정부도 수소경제 로드맵을 수립하고,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경제 안전관리법’제정(2020년.2월),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발표 등 수소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자연적 환경영향을 많이 받는 재생에너지에 있어서 간헐성 문제는 불가피하다. 기술 특성상 전력수요 및 공급이 일치하지 않고, 출력 변동이 심할 경우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잉여전력을 물을 분해하는데 사용하면 효율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수전해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의 기본원리이다.

2017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30%를 넘어선 독일의 경우, 태양광, 풍력단지에서 발생한 잉여전력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면서 슬기롭게 전력계통 문제를 해결하고,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 산업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은 전 주기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설 때다.

세계 수소시장은 2050년 12조 달러, 일자리 3,000만개 규모로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또한 2050년까지 수소가 에너지 총 소비량의 1/3을 충당하는 최대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서는 2050년에 2,800만톤의 수소가 필요한데, 그 중 82%인 2,300만톤은 해외에서 수입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300만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나머지는 블루수소로 채우게 된다.

전남도는 이러한 수소시대를 대비해 지난해 10월, 도청 11개 부서와 3개 유관기관이 수소산업 대응 전담팀을 구성하고 청정에너지 수소산업 생태계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그린수소 메카 청사진을 담은 ‘전남 수소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전남도는 2031년까지 19조원을 투입해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전 주기에 걸친 수소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11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그린수소 에너지 섬’ 프로젝트를 기획해 국가 차원의 타당성조사 연구를 정부에 수차례 건의했고 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반영시켰다. 전남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와 동·서부권 각각 1개씩 섬을 연계해 그린수소를 생산·저장·운송·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철강·석유화학 기업이 밀집돼 있는 광양만권을 수소산업의 핵심 거점기지로 육성할 야심찬 계획도 가지고 있다.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광양만권에 청정에너지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 활용까지 수소산업 전 주기 생태계를 갖춘 6조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 ‘광양만권 수소산업 융복합 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 제조업 생산·수출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광양만권의 ‘탈탄소 청정 산단’으로의 재도약이 기대된다.

지난 연말에는 그린수소 생산 수전해 기술개발을 위한 ‘수전해시스템성능시험센터’ 산업부 공모에 전남도가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수소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세계 최초 ‘수전해 인증센터’까지 구축하는 것이 전남도의 목표이다.

그린수소산업은 전남과 국가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다.

수소산업을 키우는 길은 하얀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현재는 아무런 경험도, 기반도 없기에 오히려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고, 시도할 만한 사업도 매우 다양하다. ‘에너지신산업의 메카’전남의 야심찬 비전을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수소가 이뤄낼 것이라 믿는다.

요즘 수소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이런 말들을 한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 두렵지만 그 첫걸음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역사가 되는 길’ 이라고. 에너지 대전환 시대, 그린수소산업이 전남을 넘어 국가의 새로운 미래와 역사를 열어갈 주역임을 알기에 오늘도 힘차게 파이팅을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