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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세평>새 돈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2022년 06월 13일(월) 16:45
장은종 한은 팀장
<화요세평>새 돈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은종 한국은행 광주전남업무팀 팀장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은행에는 화폐를 교환하고자 찾아오는 손님이 적지 않다. 올 초 2월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70여 명을 훌쩍 넘는 손님이 자그마한 화폐교환창구를 방문하였다. 화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 팔 때의 매개수단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화폐를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다른 화폐로 바꾸는 수요가 그렇게나 많을까’라며 다소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금거래를 하다보면 거스름돈 용도로 5만원권이나 만원권을 액면이 낮은 천원권이나 주화로 교환할 필요가 종종 있다. 또 불에 타거나 손상되어 유통되기 어려운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는 돈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문화적 전통 등 주요인

기존에 한국은행은 화폐교환창구를 방문한 손님에게 대부분 새 돈으로 교환해 주었는데 올 3월부터는 새 돈 대신 ‘사용 가능한’ 돈으로 지급하고 있다. 즉, 시중에 유통되는 돈을 한국은행이 거둬들여 수작업이나 기계를 이용해 위변조화폐나 손상화폐를 가려낸 후 재사용 가능한 돈만을 새 돈 대신 고객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새로운 화폐교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수개월 전부터 언론이나 안내 포스터 등을 통해 지역민들께 홍보해 왔으며 전화 문의에도 자세히 설명해드린 탓인지 지금껏 창구에서 큰 소란은 없었지만 새 돈으로 교환 받을 것이라 예상하고 한국은행을 방문하신 분들이 여전히 계신다.

사실 동일 액면이라면 상품 등을 거래하는 데 있어 사용하던 돈에 비해 새 돈이라고 해서 1원 한 장 가치가 더 나가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토록 새 돈에 열광하는 걸까? 우선 그동안 한국은행에서 새 돈으로 교환해주던 관행이 지역민들의 인식 속에 굳게 자리 잡은 탓일 수 있겠다. 명절이나 특별한 행사 때 새 돈을 주고받는 문화적 전통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아무래도 꼬깃꼬깃한 세뱃돈보다는 빳빳한 새 돈을 자식이나 손주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 또 결혼 예단으로 주고 받는 돈을 새 돈으로 바꾸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지역에 따라서는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식사 대신 새 돈이 담긴 봉투를 전하기도 한다.

한편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의 우측 하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고유번호인 ‘기번호’라는 것이 인쇄되어 있는데 특이한 기번호나 연속되는 기번호의 지폐묶음인 경우 간혹 비싼 가격으로 수집되기도 한다고 한다. 이때 이왕이면 새 돈이어야만 가치도 높고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보다는 새 돈을 받는 가운데 특정 기번호가 선택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화폐수집상들을 중심으로 새 돈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지갑 속 지폐 소중히 사용

이렇듯 새 돈에 대한 선호가 적지 않아 크고 작은 민원이 있을 수 있음에도 왜 한국은행은 새 돈 대신 사용 가능한 돈으로 교환해 주려는 걸까? 무엇보다 수집이나 투자 등 개인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새 돈을 이용하는 것을 막고 화폐교환 본래 목적인 거래 편의에 부합하도록 제도를 운용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화폐교환창구 혼잡으로 인한 일반 고객의 불편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화폐 제조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지난해 폐기된 손상화폐를 낱장으로 길게 이으면 경부고속도로를 60회 왕복할 수 있을 정도라는데 그만큼 새 돈을 만들어내려면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간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주화 원료로 사용되는 원자재 가격이 큰 폭 상승하고 있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화폐교환제도가 시행된지 석 달이 지난 지금, 화폐수집 목적으로 교환창구를 반복적으로 찾는 분들을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일단 화폐교환 본래 취지에 한발 다가선 것이 아닌가 조심스레 자평해본다, 제도 개선에 따른 불편에도 우리 모두를 위한 조치라는 점을 충분히 헤아려 주신 지역민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우리 지갑이나 주머니 속의 돈을 소중히 사용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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