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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남의 영화 속 나머지 인간 <23>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시간, 삶 그리고 죽음의 성찰
삶 회귀하며 만나는 인생시계
다른 시간의 흐름 속 만남과 선택
인생에 담긴 가치·의미 중요성 강조

2022년 06월 09일(목) 17:18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포스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는 영화 속 주인공의 시간을 동행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끝없이 되묻게 되는 영화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회귀하면서 인생이란 시계를 마주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특히 한 사람의 특이한 인생을 통해 시간의 흐름, 만남과 선택, 우연과 필연, 삶과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모든 인간의 삶이 소중하고 살아가는 시간 또한 의미 있으며 시간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교훈도 생각하게 만든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죽음이 임박한 고령의 데이지와 그녀의 딸이 병실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딸은 아버지 벤자민 버튼이 쓴 일기를 어머니 앞에서 읽어간다. 남들과 다르게 태어난 벤자민이 쓴 일기 내용이 영화의 줄거리가 된다.

벤자민은 80대 외모를 가진 채 태어난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져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그의 인생 속 수많은 만남, 사랑, 이별 등 이야기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따라간다.

영화는 노인으로 태어나 갓난아이로 생을 마감하는 한 사람의 기묘한 인생을 통해 모든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특히 남들과 같은 세상이란 공간에서 다른 시간이란 흐름을 사는 주인공의 인생을 관조한다.

그리고 인생을 정방향으로 살든, 역방향으로 살든 별 차이는 없으며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공정한 시간이란 현답을 보여준다. 인간은 운명이란 네트워크에 얽혀 있고 정해진 시간이란 각본에 의해 살아간다.

하지만 그 누구도 완벽하게 똑같은 삶을 살지 않는다. 각자 자신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운명을 기록한다. 이 때문에 모든 인간은 다르고 존재할 가치가 있다. 이것이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인 셈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 속 벤자민이 인생을 더 깊이 성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다. 피아노를 가르쳐준 할머니, 사랑을 느끼게 해준 데이지, 자유로운 인생을 알려준 마이크 선장 등 어떤 삶이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더욱이 어린 시절 죽음을 앞둔 어르신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벤자민의 인생에 크게 작용한다. 양로원이란 공간에서 얻은 인생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이 그의 삶에 큰 밑받침이 됐을 것이다.

영화는 인생 속에서 불거지는 우연의 문제도 상기시킨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우연의 문제가 인생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영화 속 여주인공 데이지의 교통사고 장면은 절묘하게 일어나는 우연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한 여자가 우연히 외투를 깜빡해 다시 방으로 돌아가고, 그때 우연히 전화가 와서 받고, 그녀가 탄 택시는 우연히 앞을 가로막은 차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때마침 데이지는 집에 가기 위해 연습실을 나서다 사고가 난다.

이 모든 우연 중 하나만 없었다면 교통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면 황동규 시인의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는 시집이 떠오른다. 우연은 항상 때와 어울린다. 이 장면은 인생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없다는 생각을 더 고찰하게 만든다.

영화는 미국의 소설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집에 실린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이 원작이다. 이 소설은 ‘인간은 늙은이로 태어나 소년으로 죽어간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 집필하게 된 작품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 때문인지 영화를 보고 있으면 늙는다는 것이 오히려 자연의 순리를 역행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삶과 죽음을 육체적 문제가 아닌 의식의 문제로 접근했을 때 드는 생각이다. 인간은 나이를 의식하는 순간에 늙어가기 시작한다는 논리다. 특히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가 사라질 때 진짜 늙을 것이다.

벤자민은 딸에게 ‘가치 있는 일을 하는데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건 없다’는 편지를 남긴다. 살면서 무언가를 실천하는 데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과 순서보다는 가치와 의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영화는 적은 소품에 강한 상징성을 불어넣는다. 벌새는 열정적 사랑과 엇갈린 운명을 살아가는 밴자민과 데이지의 뫼비우스 띠 같은 사랑을 상징한다. 그리고 버튼은 주인공의 성이면서 꿰어야 하고 풀어야 하는 단추의 속성을 통해 인생을 반추하게 만든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그리고 영화 속 거꾸로 가는 시계와 눈먼 시계공의 사연은 주제와 결말을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벤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만 그 시간 또한 한 방향으로 흐른다. 결국 인생의 종착역인 죽음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복선을 암시한다.

영화는 시간이 갖는 다양한 의미에 중심을 둔다. 시간의 흐름은 인간의 생각을 깊어지게 만든다. 어떤 삶이건 의미 있다. 시간은 소중하고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은 누구도 먹을 수 없다.

특히 영화는 인생이란 시간과 마주하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만들게 하는 시간을 감지하게 만든다. 거꾸로 움직이는 시계의 모습이 왠지 모를 쓸쓸함과 여운을 남긴다.

/사진 출처= ㈜일레븐엔터테인먼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기업의 벤자민 버튼 증후군’

- 절세와 운영자금 활용 목적



영화 개봉 이후 ‘벤자민 버튼 증후군’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영화 속 노인으로 태어나 나이를 거꾸로 먹으면서 유아로 죽는 주인공 벤자민의 이름을 딴 표현이다.

기업의 고의적 역성장에 빗댄 단어로 사용된다. 일본 대기업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손실을 견디다 못해 자본금을 1억엔 이하로 줄여 스스로 중소기업이 되는 벤자민 버튼 증후군을 앓고 있다.

실제 투어버스 대명사 하토버스, 상장 백화점 이즈쓰야, 주요 일간지 마이니치신문, 중형 항공사 스카이마크 등이 중소기업이 되는 길을 선택해 역성장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유는 절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악화된 재무구조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겠다는 것이다. 감자를 결정한 기업 대부분이 코로나19의 타격을 크게 받은 항공, 여행, 외식 등 관련 업종이다. 또한 자본금을 줄여 급한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중소기업이 누리는 각종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꺼리는 한국 기업의 ‘피터팬 증후군’과도 비교된다.

피터팬 증후군은 가상 세계인 네버랜드에서 자유롭게 누비며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아이로 남은 피터팬에 빗댄 표현이다.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규제는 많아지고 혜택이 줄어드는 탓에 사세(社勢)를 키우길 꺼리는 경향과 맞물리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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