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앵두나무 우물가에 ‘단오 단상’
2022년 06월 07일(화) 16:00
출처 아이클릭아트
앵두나무 우물가에 ‘단오 단상’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메자루 나도 몰라 내 던지고/ 말만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싸았다네 -앵두나무 우물가에-

신났다. 웃통을 시원하게 벗었다. 냇가에서 물맞이다. 말아 올렸던 머리를 풀어 감는다. 긴 머리를 매무시한다. 한껏 차려입은 여인은 그네를 탄다. 광주리에 간식이 들어온다. 선녀 같은 그녀들의 유희로 웃음소리가 계곡에 가득하다. 까까머리의 사내들은 호강이다. 바위틈에 숨어서 훔쳐보고 있다. 혜원 신윤복이 묘사한 <단오풍정>이다.
단오端午, 되돌려보면 조상들에게는 큰 명절이었다. 음력 5월 5일, 숫자 5는 음양陰陽의 구분에서 양의 숫자다. 5가 중첩되니, 양기陽氣가 가장 센 날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것이다. 모내기로 일 년 농사의 반은 마쳤겠다. 날씨는 서서히 더워진다. 심장의 박동은 빨라진다. 분출된 에너지는 축제로 이어진다. 남자들은 씨름이나 고싸움 등으로 힘을 과시한다. 여자들은 그네타기 등의 여흥을 즐긴다. 더불어 단오의 특별한 음식과 세신으로 건강을 챙긴다. 비록 이제는 화첩에서만 남겨진 흔적일지라고 건강의 지혜를 되새겨 보자.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다. 창포는 개울가나 연못가에 많이 자라는 수생식물이다. 초여름의 창포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뇌혈류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 한약재로 쓴다. 머리를 맑게 해준다. 수험생이나 건망증 환자 등에 쓸 수 있다. 실제로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면 두발에도 좋다. 일 년의 액운을 물리친다. 조상들은 두발세정제 조차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 이왕이면 실용적이고 건강에 효과가 있어야 했다.
씨름이나 고싸움이야 사내들의 힘자랑이니 패스! 여인들이 그네를 탄다? 맘껏 멋을 내고, 담장너머의 세상에 치맛자락 흩날린다? 공개적인 구혼이다. 세상도 이미 묵계적인 약속이다. 사교계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시집가고 싶다고. 사랑에 불타고 싶다고. 기대하던 봄날이 다 가고 있다고. 양기가 최고조에 다 달으면 뭐하나. 만나야 음양이 조화를 부리던 변죽을 올리던 이루어질 것이 아닌가? 날씨 덥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아 춘향이 그네 타며 부르던 한 대목에서 빠진 부분일까?
건강에 음식이 빠질 수 없다. 흔히 단오음식이라 하지만 실제는 여름의 건강식이다. 수레바퀴 모양의 절편 떡이 있었으니 일명 ‘수리취떡’이다. 주요 재료는 봄철에 채취하여 말려둔 쑥으로 만든다. 쑥은 각종 무기질의 보고이다. 특히 비타민 A와 항암효과가 있는 베타카로틴이나 칼륨과 칼슘이 알려져 있다. 부인과 질환 등이나 각종 피부병에도 응용할 수 있다. 여름철의 각종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음료 겸 화채가 있다. 제철 과실이나 야채류가 소재였다. 특히 초여름에 얻을 수 있는 과실 중에 앵두가 있다. 더위도 이기고 건강도 챙기는 ‘앵두화채’가 대표적이다. 오미자 물에 앵두와 꿀을 재고 섞어서 시원하게 만들어 마신다. 오미자와 앵두의 조화로 갈증을 없애고 피를 맑게 하고 소화기를 돕는 효과가 있다. 특히 앵두는 이질과 설사에 좋고 기력을 증강시킨다. 불에 탄 가지를 재로 술에 타 마시면 복통과 전신통에 좋은 효과가 있다.
전문적인 탕제로는 ‘제호탕’을 만날 수 있다. 인삼이 들어간 음료로 다양한 한약재를 혼합하여 얻는다. 더위에 쉽게 방전되는 체력을 보충하면서 면역력을 키우는 한약이다. 식혜처럼 상비하면서 수시로 물대신 마셨다. 현대에는 인삼, 맥문동, 오미자로만 이루어진 ‘생맥산’이란 처방의 한약이 여름철 상비약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날씨는 더워지는데 뜨거운 모래에 몸을 묻고 시원해하시던 어른들, 동네의 강둑너머 강가에는 인산인해였다. 한편 ‘앵두나무 우물가에’라는 곡을 흥얼거리시던 어머니. 유일한 애창곡이자 단품의 노래였다. 하여 오늘도 이 시기가 되면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던 만경강의 그 모래밭과 어딘가에 있을 앵두나무의 우물가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단오 단상이다.

·한의학박사 ·그린요양병원 대표원장 ·다린탕전원 대표 ·국무총리상 수상 ·원광한의대 외래교수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