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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의 귀환과 중앙은행
2022년 05월 17일(화) 08:34
전재환 한국은행 팀장 새로운 사진
<화요세평>인플레이션의 귀환과 중앙은행
전재환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금융팀장


필자가 대학생이었던 2000년대 초반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를 매년 손꼽아 기다렸다. 영화는 유명한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반지원정대(2001년), 두 개의 탑(2002년), 왕의 귀환(2003년) 등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에는 드물게 스케일이 컸던 영화였으며, 특히 마지막 편인 왕의 귀환은 압도적 전투장면 등이 아직도 회자될 만큼 수작으로 꼽힌다. 최근 우리 삶에도 영화 제목과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빠른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귀환’, 1990년대 이후 30년 이상 지속되었던 물가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모습이다.

물가오름세 세계적 현상

지난 4월 국제결제은행(BIS) 어거스틴 카스텐스 사무총장이 인플레이션의 귀환(The return of inflation)이라는 연설을 한 바 있다. 연설 내용은 현재의 물가오름세가 특정 국가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과거 저인플레이션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던 세계화 등의 구조적 요인들이 점차 퇴색되면서 당분간 물가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필자가 한국은행에서 근무를 시작했던 2004년도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관심 사항은 높은 물가오름세가 아닌 목표수준을 하회하는 저인플레이션 현상이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세계경제의 저성장-저물가 현상이 고착됨에 따라 중앙은행은 제로금리, 양적완화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해왔다. 그러나 작년 이후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 한때는 디플레이션, 저물가의 상징으로 경제학 교과서에 언급되었던 일본 조차도 ‘역대급 물가상승, 100엔 초밥 사라질 위기’등 물가오름세가 심상치 않다는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에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는 상황이다.

최근의 높은 물가오름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됐던 소비, 투자 등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반면 팬데믹으로 훼손된 글로벌 공급망의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재화가 제때 공급되지 못한 데 주로 기인한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원유, 비철금속, 곡물 등의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전 세계적 물가상승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소득의 실질가치 저하 등 여러 측면에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안정의 귀환’ 도래 소망

이에 중앙은행의 정책 방점도 경기회복에서 물가안정으로 바뀌면서 그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된 완화적 통화정책이 빠르게 긴축으로 전환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했던 국제결제은행의 어거스틴 사무총장은 그간 저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중앙은행이 경제성장에 무게를 두었다면, 앞으로는 물가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집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의 지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들의 긴축정책이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각국의 금리가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 부채에 대한 원리금 상환부담도 늘어나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났던 영화 왕의 귀환과 달리 작금의 인플레이션의 귀환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엔딩처럼 인플레이션의 귀환이 빨리 종료되고 ‘안정의 귀환’이 도래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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