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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기의 건강백세] 킬힐
2022년 05월 16일(월) 14:07
[안수기의 건강백세] 킬힐

킬힐! 안방드라마의 제목 중에 하나이다. 이름부터 무시무시하다. ‘죽이다’는 의미의 ‘킬’이다. 물론 ‘멋지다’는 감탄사이리라. 그런데 정말 죽인다는 살벌함으로 느껴짐은 드라마이기 때문만은 아닐 터? 굽이 높은 여성의 구두인 하이힐. 그런데 양이 안찬다. 과감하게, 과격하게 그리고 더 높게, 더 섹시하게! 죽여주는 하이힐! 킬힐이다. 여성들의 욕망과 갈등을 녹여내는 한편의 서사시다. 드라마를 기대한다면 리모컨을 잡으시라. 필자는 그저 담담하게 문화와 건강으로 풀어보련다.

누군가는 환상을 갖고 있다. 여성성의 상징으로 말이다. 그러나 힐도 구두이다. 구두는 발을 싸는 도구이다. 틀이다. 집이다. 발의 형태를 좌우한다. 발은 26개의 뼈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뼈의 약 4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수이다. 연관된 관절과 인대와 근육 및 신경과 혈관의 분포가 풍부하다. 정교함이 필요하다. 직립할 수 있는 이유다. 고등동물로 진화하는 단초이다. 오늘부터는 경외심으로 발을 우대해야 할 이유는 많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 불린다. 심장처럼 중요하다는 것이다. 심장은 박동의 원동력이다. 피를 박출한다. 흐름의 원천이다. 흔히 피의 순환은 출발은 심장이나 복귀는 다르다. 정맥순환의 대부분은 사지말단이 기여한다. 기혈의 순환도 알고 보면 발에서 시작된다. 뇌수액과 척추의 척수는 발의 운동에 의해서 상하로 이동을 한다. 인체의 내장의 기능도 보행을 동반한 운동에 의한 자극에 활성화된다. 순환에서의 발의 역할은 기대이상이다. 다시 한번 기억하자. 걷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한편 동양권에서 발은 특별한 의미다. 성징性徵이라 하여 생식기 정도의 의미로 부여받았다. 흔히 여성의 성징으로 유방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유방은 더 중요한 존재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수유기관인 것이다. 자식의 생명줄인 것이다. 하지만 발은 은밀하게 감추어야 하는 성징이다. 지금이야 반바지니 슬리퍼차림으로 발을 드러내는 패션이 자연스럽다. 100년 전만해도 발을 드러내는 것은 모두의 눈총을 받는 수치로 여겼었다.

전족纏足, 천년이상 지속된 중국의 풍속 중에 하나이다. 작은 발을 가져야 신분이 상승하고 사랑받는다는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작은 발을 만들고자 엄마가 자신의 딸아이를 아이 때부터 천으로 발을 꽁꽁 동여매는 것이다. 작은 신발로 발을 크지 못하게 하는 원리다. 신체를 미용적인 측면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필자는 북경의 한 병원에서 교환교수로 잠시 머문 적이 있었다. 이때 전족의 마지막 세대라는 할머니를 면전에서 진료해 본적이 있었다. 발의 기형이 상상이상이었다. 엄지발가락은 자라지 못하니 발등이 솟아오른다. 나머지 발가락은 굽혀서 발바닥에 박혀있다. 뒤꿈치와 발가락 사이에 발바닥 중앙에 큰 계곡이 생긴다. 발바닥은 둘로 나뉜 큰 고구마처럼 변했다. 변형된 발로 보행하자니 오리걸음처럼 뒤뚱거리면 걷게 된다는 전족의 걸음걸이가 이해되었다.
전족의 신발이나 킬힐의 구두가 매우 흡사하다 것은 흥미롭다. 앞이 뾰쪽하면서 위로 올라가는 모습도 유사하다. 높이는 차이가 있으나 바닥면에서 보이는 공간적인 차이는 서로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난 킬힐이 전족에 비하여 높고 크다는 것이다. 발에 대한 집착과 욕망이 하나는 작게, 다른 하나는 높이 올라갔다는 것일 뿐! 신발에 의해 발이 조금씩 변형될 수 있다. 흔히 시골의 할머니들의 고무신 밖으로 엄지부위가 뛰어나온 것처럼 말이다. 의학적으로는 ‘무족지외반증’이라는 증상이다. 관절의 무리한 힘에 의한 변형이 원인이다. 한편 발의 뒤축이 높아지면 하체의 근육의 긴장이 심해진다. 허리와 어깨 및 목 부위의 근육까지도 긴장도가 높아진다. 부쩍 호소하는 두통과 어깨 결림과 허리 아픔 등의 증상에 킬힐이 일조할 수 있다. 한약 중에는 오가피나 두충, 우슬 등의 약물들이 하체의 순환을 개선한다.

와우! 미니스커트에 킬힐이다. 더구나 순진하게 느껴지는 그녀가 점차 도도하고 표독스러워진다. 긴장감과 스릴의 매력에 빠져든다. 아내가 옆에서 눈을 흘긴다. 가던 길 그냥 가세요. 주책없이 소파에 본격적으로 앉는 내게 눈총이다. 흘기던가 말거나! 어찌하랴. 뭔가 특별함이 필요하다. 킬힐 한번 신어봐! 봄날이다. 나비의 꿈이다.
·한의학박사 ·그린요양병원 대표원장 ·다린탕전원 대표 ·국무총리상 수상 ·원광한의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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