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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의 심리학 교실] 당신의 불멸 프로젝트
2022년 05월 16일(월) 09:41
출처 아이클릭아트
[한은경의 심리학 교실] 당신의 불멸 프로젝트
- 죽음의 부정과 불멸의 심리학 -

글 한은경(심리학 박사, 임상심리전문가)

지나는 사소한 바람에도 봄꽃이 후드득 떨어지고, 바람 끝에서는 풋여름 내음이 살며시 느껴진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를 지나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소만을 지나면 점차 주변의 녹색이 짙어질 것이다.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인 5월이자, 팬데믹의 터널에서 갓 빠져나온 요즈음 그간의 움츠린 마음의 빗장을 열고, 봄나들이 가지 않는다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도 싶은 계절이다.

자연의 순환이라고는 하지만 꽃을 피우는 생명체가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꽃이 지기 때문이 아닐까? 사시사철 목련이나 벚꽃이 피어있다고 상상해보자. 어떠한가? 자연의 섭리가 그러할 진대 우리의 삶도 그러한 시간의 궤적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인생의 가장 빛나고 소중한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어둡고 소외된 순간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즉, 인간이 귀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영원히 살지 않고 죽는다는 사실 때문일 수 있다. 너무나도 공평하고 명백한 단 하나의 사실은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것이고, 이는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문화인류학자인 어니스트 베커(1924~1974)는 죽음에 대한 불안이 인간사회에 미치는 심오한 영향력을 탁월하게 분석해온 학자로, 1973년 대표저서인 ‘죽음의 부정’을 발간하고,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나, 2개월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기는 죽음의 공포로, 인류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은 이러한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부정하고,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해왔다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명제로부터 저항하고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상적 세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불멸을 추구하는 것 이다. 즉, 인간에게는 인간이 어디서 어떻게 기원하고,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와 삶의 목적은 또 무엇이며, 가치의 위계와 도덕은 어떠하고,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설명체계가 필요했다. 이러한 상상적 세계, 즉 문화적 세계관은 신과 종교, 민족, 이념, 학문, 도덕, 법률, 예술 등 다양한 산물들을 만들어냈고, 이러한 세계관은 인류역사에서 죽음공포에의 출구전략으로써 번창해왔다. 또한 이러한 문화적 세계관 혹은 문화적 체계에 소속된 개인은 그 체계가 지니는 가치 평가 기준에 자신이 부합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달성할 때, 즉 체계로부터 인정받을 때 안정감과 자존감을 경험하며, 자신이 남들보다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 즉 영웅심(heroism)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사회가 그토록 개인의 삶에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영웅적 이야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 이러한 틀을 적용해보자. 국가체계 안에서 그리고 도덕과 법률의 틀 내에서 각자 소속된 집단(예:회사 등)의 가치평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현대인은 다양한 행동들을 해왔으며, 이러한 행동이 그 기준에 부합하거나 초과 달성될 때, 고양된 자존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반대로 자신이 속한 국가체계가 위협받거나(전쟁) 도덕이나 법률의 틀을 깨트리는 사례(패륜범죄)가 발생할 때, 그리고 집단의 존속이나 발전을 저해하는 시도(폐업)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태도와 공격적 행동태세를 갖추게 된다. 특히, 이는 종교나 민족과 같은 보다 거시적인 문화체계의 산물일 경우, 공격성을 넘어서 폭력이 정당화되는, 즉 악적인 요소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베커는 이를 가리켜 거대악의 출현이라고 하였다. 가령, 종교분쟁이나 홀로코스트, 세계대전 등에서 그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 인정받기 위해 집단의 가치체계에 부합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적 시도들을 한다. 좋은 학교와 직장, 결혼과 양육, 부의 축적과 성취, 그리고 명예 등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정치적 이념과 국가의 존속을 유지하는 행동을 하는 등 자신이 속한 문화적 세계관 내에서 자존감을 고양시키고자 한다. 이 또한 죽음공포의 극복 및 불멸추구의 방식식일 수 있다. 이렇듯, 개인과 집단은 각자의 불멸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죽음불안을 극복하고, 불멸을 추구해왔다.

한편,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는 찰나 속에서도 ‘나는 반드시 죽는다(혹자는 이를 가리켜 ’마음속 핵심에 사는 벌레‘라고도 언급했다)’ 사실을 인식을 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를 경험하는데. 이는 살고자 하는 강렬한 육체적 자기와 의미를 추구하는 상징적 자기의 이중적 속성을 초래하게 된다. 죽음공포에의 극복을 위해 우리는 육체적 자기보다 상징적 자기에 보다 에너지를 쏟아가며, 자존감과 영웅심을 획득하고자 노력하는데, 이는 죽음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불멸을 추구하는 소위 조용한 ‘불멸 프로젝트’의 수행과도 같다(무의식적 방어이기도 하므로).

불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는 것은 영웅적 존재가 되어 결코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적 존재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이다. 물론 노화에 최대한 저항하거나 불로장생의 길을 모색하는 실제적 불멸추구의 방법도 있겠으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부와 명예를 축적하고, 후손과 업적을 후대에 남기는 등의 방식으로 불멸을 추구해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멸 프로젝트를 최대한 잘 완수해내는 것만이 인생의 정답일까? 가령 물질 축적을 통한 특권의식과 같은 방식의 프로젝트 이수만으로 죽음불안이 제거될 수 있을까? 죽음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죽음불안을 좀 더 견딜만한 정도로 감소시키고, 이를 통해 삶에 대한 에너지를 모아 생기를 발휘해 원하는 방식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현대 심리치료의 새로운 동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의 핵심적인 접근법과도 일치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불멸 프로젝트와 현재의 삶과의 관계를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잘 인식하고, 현재의 삶속에서 균형점을 모색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겠다. 메멘토 모리와 까르페디엠 사이의 균형점 찾기와도 같은 것이다. 가령 자신의 죽음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을 통해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숙고와 성장을 유도하는 방식인 죽음성찰(death reflection)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렵게 느껴진다면 죽음을 맞이하고픈 장소와 함께 하고픈 이들, 자서전이나 인생 앨범 만들기, 장례 방식이나 장례식에 초대하고픈 사람들, 사후 시신 처리방식 등을 생각하거나 기록해보는건 어떨까? 이미 죽음에 대한 다양한 생각에의 노출이 죽음불안을 감소시킨다는 구체적인 수많은 실증연구가 축적되어져 왔다. 이러한 방식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죽음불안을 완화하고, 삶의 통합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떠한가? 또 어제와 내일은 어떠한가? 당신을 거쳐 간 수많은 생각과 표출된 행동은 당신 삶의 불멸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있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당신 삶의 불멸 프로젝트는 지금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심리학 박사 △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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