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오선우 기자]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수반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의 마지막에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취임사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자유’로 무려 35번을 말했다. ‘민주주의’도 8번 나오는 등 ‘자유민주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반면에 윤 대통령이 대선 때 그렇게도 강조하던 ‘지역’이나 ‘지방’, ‘균형’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 과거 검찰총장 시절 정부와 척을 지고 외로이 싸움을 이어갈 때, 그를 단박에 집권여당의 대항마이자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끌어올린 국민을 향해 수백, 수천 번 약속했던 ‘통합’마저 일언반구 없었다.

앞서 장관은 물론 차관급 인사에서도 호남 인물이 실종되면서, 지역민들은 윤 대통령이 줄곧 외쳐왔던 국민통합의 메시지는 접해보지도 못한 채 또다시 ‘홀대론’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타락한 민주당에 질리다 못해 정권 교체를 선택한 호남인들은 이제 대선 기간 표심 모으기에 지나지 않았던 국민의힘의 달콤한 유혹에 속아 넘어갔다고 한탄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정부와 집권여당의 횡포를 막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나라를 쇄신하겠다던 초심을 다잡아야 한다. 기성 세력에 실망한 국민의 분노를 타고 반사이익을 본 것뿐, 결코 그들이 잘나서 집권한 것이 아니라는 걸 망각해서는 안 된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의 상징 같은 문장이지만, 지금은 도리어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부메랑이 됐다.

윤석열 정부도 5년 뒤 민주당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명심해야 한다. 지금껏 외쳤던 지역과 균형, 국민통합의 가치가 그저 지방 표심을 얻기 위한 감언이설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앞으로 드러나게 된다면, 그들이 그토록 중요시하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라는 기치도 본래의 의미를 잃은 채 국민의 분노를 타고 단죄의 철퇴로 되돌아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