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다양한 관계 속 상처와 위로

최은영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
세밀하게 묘사하는 다양한 감정
잔잔한 문체로 맞서는 폭력·혐오

2022년 05월 03일(화) 18:36
“어쩌면 송문 또한 송문으로 살아온 송문의 마음을 영영 배울 수 없을지도 몰랐다. 자기 마음을 배울 수 없고, 그렇기에 제대로 알 수도 없는 채로 살아간다.”

젊은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중요한 이름으로 떠오른 최은영 작가가 신작 짧은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를 출간했다.

‘쇼코의 미소’와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 등 다양한 소설을 통해 사람의 관계 속 우정이나 애정, 신뢰 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그녀는 이번 소설에서도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친구, 연인, 가족 등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상처받았던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표제작인 ‘애쓰지 않아도’는 어려서 서툴고 아직 모든 것이 미숙했던 때, 누군가를 동경하며 남몰래 사랑했던 그 시절을 통해 그 과정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소설은 비밀을 공유하며 가까워지지만 결국은 배신당하고,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되면서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해 또다시 생각하는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에게도 있었던 비슷했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소설 속 다양한 관계 속에서 담담해진 지금, 많은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때 당시 자신의 부족함과 결핍, 열등감 등도 체감하는 동시에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의 모습까지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오랜 관계 속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한 지금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결국 최은영의 소설 속 관계에서 상처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모든 상처는 결국 아물기 마련이다. 소설은 “진짜를 가질 자신이 없어서 늘 잃어도 상처되지 않을 관계를 고르곤 했다. 어차피 실망하게 될 거, 진짜가 아닌 사람에게 실망하고 싶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받으면 조각난 자기 자신을 복구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고 말하며 많은 사람들을 밀어내지만 결국 상처를 봉합하고 아물게 하는 것 또한 사람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최은영 작가/문학동네 제공
사람은 살아가며 많은 이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모두가 나와 맞을 수는 없는 법. 어쩌면 나조차도 나를 잘 모르는데 생판 남인 타인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배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국 상처를 주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 또한 사람이기에.

작가의 소설은 비록 세상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전달될 진심과 배려, 이해, 사랑, 우정 등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더 나은 가치와 감정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운을 남긴다.

마음산책 열네 번째 짧은 소설로 출간된 이번 책은 김세희 그림 작가가 함께했다. 풍경에 스미는 빛을 포착해 캔버스 위에 옮겨놓는 김세희 작가의 작품들은 따스한 봄을 닮았다. 애틋함이 가득한 그림들은 소설 속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애쓰지 않아도’에는 짧은 소설 열세 편과 함께 원고지 100매가량의 단편소설이 한 편 수록돼 있다. 보다 자연스럽고 경쾌하게 진행되는 짧은 소설과 어우러진 단편소설에서는 최은영 특유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좀 더 묵직한 호흡으로 만나볼 수 있다. 마음산책. 232쪽.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