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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의 만남

남부대 응급구조학과 이영진 교수

2022년 05월 03일(화) 18:00
남부대 응급구조학과 이영진 교수
[전남매일 기고=남부대 응급구조학과 이영진 교수]로나(corona)는 우리에게 첫 만남인가. 대답은 그럴 수도 있고 또한 아닐 수도 있다.
코로나라고 하는 바이러스(virus)가 우리가 늘 접하던 감기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 점에서는 절대 처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규모로 전 세계를 폭풍처럼 휩쓸어버린 전염병이라는 사실에서는 단연코 유래가 없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여태껏 역사에서 지구촌 전 지역에 확산되어 매우 짧은 기간에 이만한 사망자를 낸 전염병은 없었으며, 13세기 중세유럽인구의 1/3을 절멸시킨 흑사병(pest) 조차도 전 지구적 범위에서의 펜데믹(pandemic)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내 개인적으로 놀랐던 것은, 최초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는 모두가 두려운 자세를 보였지만, 상황이 악화되어 지속적으로 사망자가 증가해감에도 불구하고 사망자수에 둔감해져 가는 우리사회의 분위기를 보는 것이었고, 올해 4월 28일 현재 국내사망자수 22,588명과 사망율 0.1%가 집계되어 발표가 되어도 크게 사회적인 동요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다. 같은 날 미국의 98만8천여명의 사망자수와 사망률 1.2%에 비하면 국내 사망률이 1/10도 안되는 수치라 하더라도 이미 우리는 그것을 익숙한 상태에서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것이다. 만약, 이 22,588명의 국내 사망자수가 안전사고에서 집계된 수치라면 우리의 태도는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어떤 요인이 지구적 펜데믹을 야기했을까? 그것은 코로나가 고도로 치사율이 높은 전염성 바이러스인데서 오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간이 가지 않는 곳이 거의 없는 전 지구적인 상황이 코로나의 전염성을 크게 높인데서 초래된 측면이 강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규모 전염병전파의 역사는 세계사에서 또렷하게 남아있다. 유럽의 흑사병도 13세기 몽고기병들이 전 유럽을 빠르게 점령해갈 때, 전투와 관계없이 의도치 않게 유럽인들에게 흑사병을 감염시켰다는 설이 유력하며, 심지어 이를 전투에 이용하기도 하였다. 16세기 스페인군대의 남아메리카 잉카문명에 대한 침입과정에서 천연두병원균에 면역력이 없던 잉카족 대부분이 천연두에 대규모 감염되어 몰살된 사실이나,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의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경우, 백인이 전파한 전염병에 의해 사망한 인디언의 수가 백인과의 전투에서 사망한 수보다 많았다고 하는 사실을 들 수 있다.

현재의 코로나도 교통이 발달하지 않고 인구밀도가 낮은 조선시대였다면 산맥하나를 넘기 힘들었을 것이다. 500년간의 조선왕조실록만 보아도 “역병”이라는 이름으로 무려 100회 이상의 크고 작은 전염병이 돌았고, 매번 수만에서 수십만의 사람들이 죽어간 기록이 있다. 당시 500만명에서 800만명 정도의 인구규모를 감안하면 현재의 코로나펜데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재난임에도 그 전파범위가 전국적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

원래, 감염(infection)이라는 것은 생물체 상호간에 영양이나 번식수단을 얻기 위해 다른 생명체에 침입하는 생물학적 현상이다. 특정생물체가 제한된 범위의 숙주(host)만을 감염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인체에 감염하여 질병을 야기하는 미생물이 극히 제한적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토양의 박테리아(agrobacterium)는 자신이 감염대상으로 하는 식물의 호르몬합성유전자를 복사하여 훔치기도 하며, 이 유전자들은 해당 박테리아가 식물에 감염하는 과정에서 이용된다.

우리의 인체역시 생명체로서 감염의 대상이 되는데, 약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된 우리의 몸에는 우리만 사는 것이 아니고 몸을 구성하는 세포수보다 더 많은 수의 세균(bacteria)과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들과 같이 살고 있으며, 보통 체중의 1 kg정도의 무게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감염의 수준을 넘어 공생(symbiosis)하는 생태계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여러 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생물학적 종(species)인 인간이 생태계에 주는 충격을 주는데 대한 견제로서 야기된 상황일 수 있다. 특정 종의 생명체가 먹이사슬에서 필요이상의 개체수가 증가되면, 그 집단의 내부에서 전염병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지구촌에서 인간이 과도하게 개체수를 늘릴 경우 이를 견제하는 장치가 전염병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인간 개개인은 모두 소중한 존재이지만 경제적 논리 이외의 생태적 의미에서는 과도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백신접종같은 인간의 행위는 그 먹이사슬의 견제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낮은 사망률이 그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인간의 개체수가 생태계에 주는 부담은 대단하고 파괴적인 것이므로 어떤 형태로든 생태계와의 공존을 모색해야한다.

인간의 입장에서 백신접종은 미생물의 감염예방에 매우 좋은 수단이고, 이로 인한 낮은 코로나 사망율을 보더라도 매우 위력적이다. 인체의 면역계가 이번 코로나 펙데믹에 대한 인체의 면역대응의 정보를 어떤 형식으로든 우리의 유전적기록에 가장 최근사건으로 기록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다. 생명체에 있어 후천적으로 획득한 형질의 정보는 유전하지 않는다는 오랜 이론은 현재 후생유전학(epigenetics)의 발달에 의해 바뀌고 있다. 이후에도 인간의 면역계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다음 세대에 생물학적 기록을 물려줄 것이며, 다수의 안타까운 희생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의 면역계를 더욱 견호히 해줄 것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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