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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비전과 현실 사이
2022년 05월 02일(월) 16:34
<열린세상>광주 비전과 현실 사이
정진탄 월간국장 겸 논설위원


최근 미국 경제전문 통신이 제공하는 인터넷TV를 시청하다가 적이 놀랐다. 블룸버그통신 여성 방송인이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Intel)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를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영어 대화 리스닝이 잘 되지 않은 것이었다. 대화가 신변잡기적이었더라면 다소 용이했겠지만 반도체와 경영, 기후변화 등을 주제로 한 얘기여서 귀에 잘 와 닿지 않았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알아먹었을 말들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인터뷰 내용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을 축적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미래 첨단기술과 기업 활동 등에 관한 관심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 탓이 컸다.

‘미래 변화’ 준비 성찰을

그 즈음 이런 일도 있었다. 국내 유력 경제신문의 칼럼을 읽으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 비판과 경제 정책에 대한 지적이 과도해 살짝 소름이 돋았다. 어떤 표현에선 저주스럽기까지 했다. 칼럼 기명을 보니 필자가 잘 아는 간부기자여서 오랜만에 인사도 할 겸 전화를 걸었다. 광주 출신인 이 간부기자 왈, “그곳 광주에서 이런 칼럼과 글을 읽으면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때로는 분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 텃밭감정을 지적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광주에선 뭐하고 있느냐는 힐책성 뉘앙스가 느껴졌다.

지금 광주는 새로운 산업 물결인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공지능(AI)의 대표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고, 정치과잉의 도시란 딱지를 떼고 풍요로운 광주가 되기 위해 AI집적단지를 조성하며 AI사관학교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변하지 않고 있다’니 이 무슨 망발인가. 물론 AI 산업이 초기단계이고 이제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AI집적단지를 방문하고선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느냔 말이다.

그러나 그건 미래를 보고 지금 표출한 다짐일 뿐이다. 과연 광주 시민들은 AI를 한국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기고 관련 사업을 전폭적으로 밀고 당겨줄 만큼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 같다. 다시 말해 광주지역 내에서 AI를 시니컬하게 보는 시민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없는지, 근본적으로 광주가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없지 않은지 살펴봤으면 한다.

핫이슈인 복합쇼핑몰 광주 유치를 놓고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 가운데 이게 무슨 선거 공약이 될 수 있느냐고 몰아붙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떻게 복합쇼핑몰 유치가 대선 공약이 될 수 있는가. 그런데 광주에서 그렇게 공약으로 선언됐고, 시장 후보도 잇달아 공약으로 발표했다. 왜 그렇게까지 됐는지 반대하는 이들은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복합쇼핑몰은 150만 광주시민의 쇼핑 욕망이라기보다 현대인 삶의 기본 생활양식이다. 당장 이해가 안 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얘기를 이어가보자. AI중심도시 광주에 특급호텔이 없다. 광주에 AI연구소를 설립하거나 이곳을 찾아오는 기업인, 전문인력은 어디로 가 숙박하고 어디서 여가를 보내야 하는가. 그들의 광주 ‘방문 양식’과 관련한 지역 차원의 대우를 고민해 봐야 한다. 최근 AI사관학교를 도심으로 옮기기로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AI사관학교의 타 지역 수강생들의 광주 ‘적응 방식’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AI를 배우고 연구하러 왔지만 그들은 생활인이다. 그에 맞는 삶의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

‘AI 잘 될까’ 이상한 망령

광주 내에서 미래 발전을 위한 담론을 벌이고 있지만 상당히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AI를 예로 들면 시민들이 관련 지식을 축적해 깊이 있게 논의할 정도가 아닌 것 같다. 특히 자주 만나는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선 왠지 부정적 시각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정치과잉의 도시가 첨단기술의 도시로 전환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

지역 및 국가 비전에 맞춰 인프라 구축이 추진되고 있지만 시민과 지식인들 사이에선 냉소와 회의적 시각, 무관심이 존재해 일종의 지체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의식 개선이 필수불가결함에도 그렇지 못해 긍정적 담론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광주에서 AI 그런 것이 잘 될까 하는 이상한 망령이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들 때가 있다.

그것이 지나친 정치성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AI와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애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영어 방송 프로그램 리스닝이 잘 안된 데는 백그라운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던 것처럼, 미래 비전 사업이 터덕댈 땐 관련 지식 축적에 지역사회의 태만과 이상한 편견이 없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다가올 민선 8기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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