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적절한 안전조치가 생명을 지킨다

양용구(안전보건공단 전남지역본부 건설안전부장)

2022년 04월 28일(목) 17:14
양용구 안전보건공단 전남지역본부 건설안전부장.
길었던 겨울이 가고 완연한 봄이 온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인터넷에 ‘봄맞이 대청소’를 검색하면 각종 청소도구들이 홈쇼핑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블로그 등의 공간에서는 전문적인 청소방법들을 소개하는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봄은 ‘청소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봄이 되면 가정 뿐만 아니라 겨울내내 눈이나 먼지로 더럽혀졌던 사무실, 아파트 등에서도 새단장을 시작한다. 빌딩 유리창은 물청소가 실시되고, 아파트 외벽은 새로운 색깔로 페인트가 칠해진다. 이런 작업들은 대부분 기계가 아닌 사람에 의해 이뤄지게 되는데, 필자는 스파이더맨처럼 빌딩 위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물을 뿌리며 유리창을 쓱쓱 청소하는 작업자를 올려다보다가 물벼락을 맞을 뻔한 경험도 있다.

사람이 높은 곳에 매달리는 상황은 실내 암벽등반, 번지점프 같은 레저활동에서도 발생한다. 실내 암벽등반은 떨어지더라도 로프에 매달리도록 하는 벨트 형식의 하네스와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을 착용하고 인공으로 만든 구조물에 일정간격을 두고 튀어나온 돌멩이에 의지하면서 손과 발을 사용해 약 12미터 높이까지 이동하는 스포츠이다. 번지점프는 높은 곳에서 줄을 묶고 그냥 뛰어내리는 스포츠이기에 잘못 떨어지면 그대로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전조치는 필수이며 혹시나 줄 길이를 잘못 계산해 땅바닥에 직접 부딪히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 물이 있는 곳에서 번지점프를 한다.

유리창 청소, 실내 암벽등반, 번지점프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로프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실내 암벽등반이나 번지점프시 로프가 끊어지거나 줄을 묶지 않고 뛰어내리는 사고는 간혹 발생하지만 사망사고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면, 산업현장에서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고용노동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9~2021년 달비계작업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38명 발생했으며, 이 중 약 40%(15건)가 봄철인 3~5월에 발생했다. 대부분 로프를 타고 유리창을 청소하거나 아파트 외부 도장작업 등을 하면서 로프 작업발판에 탑승하다가 로프 결속부 또는 지지철물이 이탈되거나 로프를 설치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였다.

왜 똑같이 로프를 사용해 레저활동을 즐기거나 작업을 하는데 어떤 때는 살고 어떤 때는 사망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안전장치를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실내 암벽등반은 암벽을 올라가다 불안전한 동작으로 떨어지거나 터치다운하고 내려올 때 로프에 매달릴 수 있도록 안전장치가 돼 있고, 마찬가지로 번지점프도 체중을 제한하는 안전조치가 돼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로프를 타고 하는 유리창 청소, 외벽 페인트 작업과 같은 작업을 달비계 사용 작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달비계란 건물 상부 등에서 로프 등으로 작업대를 달아 내린 비계를 말하는데, 작업 중 발생하는 떨어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로 작업로프와는 별도로 수직 구명줄을 설치하고 안전대(추락방지대)를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며칠 전, 우리 지역 아파트 외벽도장 현장에 안전점검을 실시한 적이 있다. 달비계를 사용하는 근로자들이 약 70미터 정도의 높은 곳에서 한 가닥 로프에 매달려 도장작업을 하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안전모는 착용하고 있었지만 떨어짐 사고 예방을 위해 법에서 정하고 있는 수직 구명줄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작업반장은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규정을 알고는 있지만 작업에 방해가 돼서 못 하고 있다’고 답변했고, 필자는 사고예방을 위해 즉시 안전조치를 이행하도록 지도했다.

안전한 달비계 작업을 위해서는 수직 구명줄에 안전대를 체결한 후 적정한 길이의 로프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지지로프의 결속이나 파손상태, 고정부와 접속부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업시에는 작업로프와 구명줄을 별개의 고정점에 단단히 묶고, 로프와 안전대 결속점에 풀림방지 조치를 하며, 로프와 벽·난간이 접촉하는 곳에 마모방지 보호대를 설치해야 한다.

높은 곳에 매달린 채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 아찔한 달비계 작업도 안전기준만 잘 지키면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몸도 마음도 나른해지기 쉬운 요즘, 기본적인 안전을 지키며 봄 정취를 마음껏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