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말의 오염, 그리고 힐링
글 정진탄 월간국장 겸 논설위원

<월간전남매일 4월호-천변로에서>

문득 시 또는 수필이 읽고 싶어집니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몸의 적응이 바쁜 시기이지만 마음은 독서를 하고파합니다. 환절기로 고생하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이제 좀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질병도 팬데믹(대유행)이 아니라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돼 출구가 보이는 듯합니다. 확진자들도 경증 위주여서 바이러스가 위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희망이 싹 트면서도 왠지 우리 뒷목은 뻐근합니다. 그동안 대선전으로 인해 꽤나 감정이 오염돼서가 아닐까 합니다. 수없는 네가티브전과 물고 늘어지기식 공격, 각종 의혹과 비난을 퍼붓는 선거 과정에서 대선 후보 당사자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 유권자도 엄청난 감정노동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비방을 해대는 뉴스만 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왠지 인간적인 삶의 맛을 느껴볼 수 있는 시, 수필 읽기가 당기는 것입니다. 일상적인 삶의 향기가 배어 있는 글을 읽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월간 전남매일’ 4월호에는 이색카페와 가볼만한 곳 등 눈길을 끌만한 기사를 준비하는 데 더욱 신경을 썼습니다. 봄맞이 여행을 한번 나서보시기 바랍니다. 가볍고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기사로 모두 채우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대선 승자가 나온 마당이어서 관련 기사를 이번 호에 싣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내용이 후보 간 난타전이 아니기에 다행이긴 합니다만.

곧 또 지방선거가 다가오지 않습니까. 경선 후보자 간 대결이 불꽃을 튈 것으로 보여 포지티브 선거전은 기대 난망입니다. 흑색선전, 비방이 난무할 것은 불을 보듯 합니다. 특히 단체장과 교육감 등 접전이 펼쳐지는 곳에선 더욱 그러하겠지요. 지방선거 한 번 치르고 나면 고소·고발 사태가 넘쳐나지 않습니까. 좀 달라지기를 바랍니다만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6월 1일 지방선거가 지나면 그때 가서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그러니까 선거 비방과 비난전의 말 오염을 정화하기 위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차라리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앞서지 않을까요. 헛웃음이 나옵니다. 조용한 산사 템플스테이라도 한번 가봤으면, 요즘 말하는 산속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게 일지 않을까요. 큰 선거를 잇달아 치르니 삶에 대한 부정성이 차고 넘칩니다. 꼭 힐링할 방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선거는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한 각종 이슈와 정책을 선보이는 장인 만큼 긍정적으로 바라볼 측면이 있습니다. 큰 뜻으로 내놓은 공약들을 잘 이행하는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동량을 선택해야 합니다. 잘못 뽑아놓으면 후유증이 크지 않습니까. 밝은 언어, 긍정적인 말을 자주 쓰는 후보가 있는지 주의 깊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