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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남의 영화 속 나머지 인간<20> 나비효과

퍼즐게임의 혼돈 속 상처와 치유
카오스 속 기억의 변형과 재조직
과거 상처로 고통받는 인간의 삶
극장판과 감독판의 색다른 결말

2022년 04월 21일(목) 16:10
‘나비효과’(The Butterfly Effect, 2004)는 관객을 정교하고 복잡한 퍼즐게임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영화다. 특히 혼돈 속 발견된 상처와 치유 과정을 통해 뇌를 조이는 팽팽한 긴장감과 도발적 이야기 구조가 돋보인다.

영화는 인간에 대한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상처의 치유 과정이 투영된다. 정신병리학이 의사와 만남을 지속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새롭게 재구성하듯, 나비효과도 후회스러운 과거를 고쳐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묘사한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카오스 이론’이란 글로 영화는 시작한다. 카오스 이론을 영화에 접목해, 한순간의 선택이 한 사람의 운명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충격적 영상으로 표현한다.

영화는 주인공 에반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자신의 과거를 바꿔 어긋난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 나가는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한다. 이런 개념(concept)을 바탕으로 시공간의 이동에 따른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나비효과’
끔찍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지닌 에반. 그에게 남은 것은 기억의 파편들과 상처 입은 친구들이다. 그는 과거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어릴 때부터 매일 일기를 쓴다.

대학생이 된 어느 날 예전 일기를 읽다가, 일기장이 시공간 이동의 통로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공간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 상처, 불행 등을 고쳐 나간다.

하지만 과거를 되돌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가 의도한 일은 성공하더라도, 현재로 돌아오면 그에겐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결과가 펼쳐진다. 늘 하나가 괜찮아지면 예상치 못한 다른 것이 잘못된다.

결국, 그가 원하는 현재를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과거를 바꿀수록 신의 영역에 속하는 시간과 공간의 질서는 무너진다. 더욱이 현재에 미치는 파장은 예측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이 영화의 명장면은 에반이 일기를 읽으면서 시공간의 통로로 이동하는 장면이다. 스크린의 픽셀 하나하나가 살아나면서 마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묘한 화면처리로 시각적 시뮬레이션 기법을 고안해 낸다.

때문에, 감각적이고 독창적 시각효과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새로운 시각효과는 관객에게 영화를 보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유쾌한 긴장감도 선사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는 일반인에게 소개된 극장판과 결말이 다른 감독판 버전이 따로 있다. 극장판은 주인공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을 여자친구 켈리와의 만남에 있는 것으로 해, 그녀와 헤어지는 것으로 종결한다. 반면, 감독판은 문제의 근원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고 어머니의 복중 태아 상태로 돌아가 목에 탯줄을 감아 자살한다.

이를 위한 복선으로 감독판에는 주인공이 태어나기에 앞서 두 명의 형제가 유산됐으며, 점쟁이가 손에 생명줄이 없다며 영혼이 없는 존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라는 장면을 깔아둔다.

‘나비효과’
이 장면은 극장판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 유산된 두 명의 태아, 즉 에반의 두 형제 또한 주인공과 같이 수많은 나비효과를 만들며 삶을 바꿔보려다 전부 실패했고, 결국 태아 때 죽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추론된다.

인간은 누구나 후회 없는 완벽한 삶을 꿈꾼다. 그러나 인간은 매 순간 다가오는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에서 고작 한 가지밖에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나비효과’는 기억의 변형과 재조직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해답을 얻는데 중요한 개념은 시간이다. 이 영화는 시간의 단면만을 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어린 시절 장면에서도 미래의 에반이 관여하고 간섭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봐야 한다.

현실은 영화처럼 과거로 돌아가 잘못된 일을 돌려놓을 수 없다. 하지만 과거의 상처가 만들어낸 기억을 찾아내 사실과 잘못된 것은 교정해 낼 수 있다. 이것이 과거의 상처로 고통받는 인간에게 희망일 것이다.

나비가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힘을 찾아 나선다.

/사진 출처=㈜쇼박스

‘나비효과’
‘혼돈 속에서 발견된 질서’

-카오스 이론 속 나비효과



영화 제목인 ‘나비효과’는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tz)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가 생각해낸 원리다.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해 여러 학문 연구에 쓰이고 있다. 카오스는 우주이자 혼돈 그 자체다. 그래서 카오스는 매우 복잡하고 불규칙하며 불안정한 행동을 보여준다. 즉,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현대의 세계화 시대에서 나비효과는 더욱 강한 파급력을 갖는다. 디지털과 매스컴 혁명으로 정보의 흐름이 매우 빨라지면서 지구촌 한구석의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나비효과’
현재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팬데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코로나19(2020)는 홍콩 독감(1968), 신종플루(2009) 이후 세계보건기구가 선포한 세 번째 팬데믹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뒤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퍼진 호흡기 감염질환으로 추정된다. 이 또한 나비효과일 수 있다.

지구 한쪽의 자연 현상이 언뜻 보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먼 곳의 자연과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는 것이 나비효과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수많은 나비효과로 넘쳐나고 서로 충돌한다. 그리고 그 충돌로 인해 인간의 삶은 혼돈 속에 놓여 있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발견하려는 카오스 이론은 나비효과를 토대로 한다.

과학의 혜택과 지배를 받는 우리도 여전히 혼돈 속에 놓여 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저마다 의미를 지니며, 우리의 삶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말과 행동 하나가 SNS를 통해 나비의 날갯짓이 될 수 있다.

나비효과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생각과 삶도 그렇다. 영화는 과거 상처로 고통받는 나머지 인간에 대한 카오스나 거울인 셈이다.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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