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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직업 단체장
2022년 04월 12일(화) 18:00
정근산 기획탐사부장
지방선거 시계가 빠르게 재깍이고 있다.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대 대선 이후 84일 만, 윤석열 당선인 취임 후 22일 만이다. 대선 2라운드 격으로, 그만큼 관심이 높고 변수도 많다. 과거 전례에 비춰보면 대선 직후 차기 정부 지원론 등에 힘입어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어야 하지만, 당선인 불통 논란 등 독주에 대한 견제론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이채롭다. 윤 당선인이 0.73% 포인트 간발의 차로 승리한 탓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표 결집 등 대선 못지않은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주목도를 높인다.



◇‘4선·5선’ 넘보는 시장·군수들

시야를 광주·전남으로 좁혀보면 ‘호남정치 1번지’ 광주를 이끌 수장이 누가 될지, 김영록 전남지사의 재선에 맞서 이례적으로 두명의 후보가 나선 국민의힘 득표율에 관심이 높다. ‘민주당 공천=당선’ 구도가 여전한 광주·전남에서 유독 관심을 끄는 건 소위 ‘직업 단체장’들의 생환 여부다. ‘출마 건너뛰기’ 등 3선 연임 제한을 넘어 4선과 5선에 도전장을 내민 기초단체장들이 그들이다. 김종식 목포시장, 유두석 장성군수, 박우량 신안군수, 이석형 전 함평군수가 대표적이다.

김종식 시장은 2002년부터 고향 완도에서 내리 3선 군수를 지낸 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목포시장에 당선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6월 재선에 성공하면 김 시장은 단체장 수평이동을 통해 5선에 오른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6월 문턱을 넘어서면 4선 고지를 밟는다. 유 군수는 4회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으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이듬해인 2007년 중도하차했다. 이후 2014년 무소속으로 당선됐고, 2018년 재선에 성공해 연속 3선에 도전한다. 유 군수는 2007년 본인의 낙마로 치러진 재보선에서 부인 이청씨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바 있어 이번 선거 당선시 부부가 5차례 장성군수를 지내게 된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2006년과 2010년 두차례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2014년에는 부인의 병간호를 이유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직을 돌연 사퇴했다. 이후 2018년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복귀했고, 올해 수성에 성공하며 역시 ‘징검다리’ 4선에 오른다.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4선 같은 초선’ 도전은 더더욱 눈길을 끈다. 그는 1998년 7월부터 2010년 1월까지 3선 연임을 끝내고 전남지사 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산림조합중앙회 회장도 지냈다.

그들의 도전은 전국 226개 기초단체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이례적이다. 전국 기초단체장 중 4선 이상을 지낸 이는 엄태항 경북 봉화군수 정도가 전부다. 무소속인 엄 군수는 최근 뇌물수수 등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고 5선 도전은 포기했다.

유독 광주·전남, 특히 전남에서 다선 단체장들이 즐비한 이유는 뭘까.

그들의 ‘개인기’는 우선 꼽힌다. 나름의 카리스마를 앞세워 시군 행정을 틀어쥐고 있고, 읍면동, 마을별 저인망식 조직력도 뛰어나다. 높은 이름값은 주민들, 특히 어르신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좀체 잊히지 않는다. 김종식의 ‘맛의 도시’, 박우량의 ‘퍼플섬’, 유두석의 ‘엘로우시티’, 이석형의 ‘나비’ 등 저마다의 브랜드도 지녔다. 그들이 첫손에 꼽고 자부하는 성과들이다.

반면, 우려도 적잖다. 패거리 정치가 대표적이다. 장기 집권에 따른 사조직과 측근, 파벌이 득시글하고, 그로 인한 부정부패에 대한 걱정이 지역사회에 넘실거린다. 공직사회의 경직성도 연장선이다. ‘찍히면 끝’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탓에 잘못된 결정에 반기는 없다. 앞날이 막혀 아예 공직을 떠나는 이도 심심찮다.



◇‘한번 더 vs 쇄신’ 생환 주목

공정 경쟁이 차단된 그들만의 리그에서 창의적 아이템이 나올 리도 만무하다. 타성에 젖은 지도력의 한계다. ‘이렇게도 인물이 없냐’는 자괴감도 크다. 앞 물결을 밀어낼 뒷물결이 약하다 보니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에 더딜수 밖에 없다. 그들이 첫손에 꼽는 브랜드에 대한 지역민들의 체감도가 그리 높지 않은 이유다.

길게는 20년 가까이 지역의 패권을 틀어쥐며 ‘경험자의 한번 더’를 주장하는 그들이 ‘쇄신’의 칼날을 갈고 있는 민주당 경선을 넘어 지역민들의 재신임을 받을지, 아니면 새로운 인물이 더 큰 호응을 얻어 전남의 유별난 ‘직업 단체장’들의 명맥이 끊길지 6월 지방선거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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