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오지현 기자]독일의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기술의 발달이 관람자를 수동적으로 만든다며 상업화와 동질화에 반대하는 아방가르드 예술을 ‘진정한 예술’로 정의했다. 그는 진정한 예술작품 속에는 작품의 형식적 구조에 근거하는 진리 내용과 사회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진리 내용 등 총 2가지가 들어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예술은 사회를 재현하고 비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모든 종류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북도립미술관 관장직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현대미술 강의와 AX 그룹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미술평론가 장석원씨에게도 예술과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삶과 예술이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일관되게 예술의 전위성을 추구해왔던 그가 세 번째 예술 에세이집 ‘순간과 영혼’을 발간했다.

책은 지난 2020년 그가 본지에 격주로 연재한 ‘장석원의 현대미술 에세이’와 전북일보에 칼럼 형태로 연재한 ‘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그리고 ‘수필과 비평’ 지에 연재한 ‘장석원의 미술 에세이’ 등에 실렸던 글이다. ‘수필과 비평’지에서 지난 글들을 책으로 묶어 출간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긍정의 답변을 해놓고도 미적거리고 있었다는 그는 “문득 70년 넘게 살아온 인생이 찰나의 꿈처럼 허무하다는 생각에 잠겼다”고 회상했다.

장석원

“그러나 그런 착각 속에서도 의미를 따지고 가치를 부여하며 사는 게 인생이죠. 인간의 영혼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영혼을 잊고 사는 게 편하겠지만, 인간은 그 속성상 영혼을 아주 지우고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쓴다는 문제도 비슷합니다. 글을 쓴다고 무언가 달라지지도 않을뿐더러, 누군가는 글 자체를 허무한 망상으로 치부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더 늦기 전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허무를 극복하는 방법임과 동시에, 인간의 역사를 세운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이 책은 장석원씨가 어떻게 예술가로 성장하게 됐는지부터 현대미술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과 함께 지역 미술 현안과 국제적 흐름 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책 제목을 ‘순간과 영혼’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 장씨는 “순간의 허무성과 영혼은 매우 다르면서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순간, 찰나에 지나가는 어떤 사고나 사건에도 우리는 영혼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주어진 제도 속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길들여지지 않은 각자의 영혼의 눈을 항상 뜰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제목에 담았습니다.”

저자인 장석원씨는 1984년부터 2015년까지 전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2000년 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실장, 2004년에는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전북도립미술관장을 지냈다. 정년 이후에는 수차례의 개인전과 퍼포먼스 활동을 통해 분야 확장에 나섰으며, 지난 2020년 전북에서 활동하는 실험적 성격을 갖춘 9명의 작가와 ‘AX 그룹’을 조직해 깨어있는 미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미술평론집 ‘소통의 비밀’과 미술 에세이 ‘아름다운 착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