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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려니 했더니 ‘화원’이었다
2022년 03월 31일(목) 16:15
선도 수선화
신안군 압해읍 가룡리에서 출발한 철부도선은 중간에 기섬과 마산도를 거쳐 40여분만에 선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갯벌 낙지 맨손어업 국가 중요 어업유산 지역을 알리는 비석이 눈에 띈다.
사람 키 보다 몇 배나 큰 표지석에는 '선도', 수선화의 섬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선도 관광 안내와 추사 김정희의 '수선화' 시가 쓰인 비석도 나란히 자리했다.
여객선터미널 대합실 앞에는 선도 수선화 재배단지 안내도가 방문객을 맞는다.
보행자와 자전거 관람 동선을 따라 안내한다. 주민들과 관광객을 위해 설치한 부잔교는 바다를 열고 길을 만들었다.

선도-주동마을 지붕 채색 사진

◇'꽃과 바다'의 하모니
선도출장소와 보건진료소로 가는 길 담벼락에는 '한 송이 수선화가 꽃 피우기 위해 온 우주가 협력했으니 지구는 수선화 화분이다' 글귀가 눈길을 끈다.
주동마을로 향하는 길 왼편으로 애기동백이 줄을 지었다. 기대와 설렘으로 마주한 수선화 꽃 단지가 봄바람에 하늘거린다.
해풍에 흔들림 아랑곳 않고 웃음소리 환하게 피어올랐다.
마을 주민들이 정성을 다해 준비한 수선화 축제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달 23일 취소됐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연과 바다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경관을 연출하는 선도는 수선화 천지다.
키는 작지만 노란색과 하얀색의 여섯개 꽃잎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들판에서 일렁인다.
군락을 이룬 수선화 꽃밭은 바다와 갯벌, 바람, 햇살을 품고 빛났다. 마을의 지붕에도 수선화 꽃이 내려앉았다.
3년전 수선화를 닮은 노란색으로 채색을 마쳤다.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놓은 듯 섬 곳곳마다 수선화 꽃들로 장관을 이뤘다.
화사한 수선화가 햇볕을 머금고 바람을 맞으며 봄나들이에 나선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수선화 단지는 9.5㏊로, 12품종 1004만 송이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관람로와 포토존, 소공원, 조형물 등 편의시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키스푸르프, 쏘에스터릭, 풀하우스 등 이름도 낯선 세계 수선화 품종도 관람로 따라 즐비하다.
곳곳에 보행자 편의를 위해 우드칩과 야자매트를 깔았다.

선도 수선화

수선화 군락지 사이사이에 청보리밭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다.
수선화 쉼터에는 선도 사람들의 인생이 담겨져 있다.
50여년전 선치국민학교 졸업식, 전통혼례 흑백사진부터 경로잔치, 중추절 가요대회 등 빛바랜 컬러사진 까지 다양하다.
관광객들을 위해 문을 연 수선화카페는 평소에는 주민들의 회의 공간, 휴게실로 운영된다.
어처구니가 없는 맷돌, 장구, 징 등 전통 민속품들이 곳곳에 장식돼 있고 노란 찻잔, 식기 세트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카페 앞 작은 정원에는 밭에 쓰러진 볼품없는 고목을 옮겨와 심었는데 그새 가지를 뻗어 올렸다.
뒤집힌 항아리와 올망졸망 핀 수선화를 벗 삼아 노란색으로 단장한 벤치와 파라솔에서 잠시 쉬어가기 제격이다.
작은 섬에 핀 수선화는 선도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지난 1986년 서울에서 선도로 귀촌한 현복순 할머니가 평범한 어촌마을을 수선화의 섬으로 변화시킨 주인공이다.
할머니의 꽃에 대한 사랑은 마을 주민들을 움직였고, 집집마다 수선화를 심었다.
수선화를 작은 섬 곳곳에 심어 전국 각지의 관광객을 불러 모은 신안군의 정책도 돋보였다.
지난 2019년 기대와 우려 속에 열린 수선화 축제는 이듬해 랜선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소됐다.
그동안 수선화 품종에 따라 개화시기가 달라 아쉬웠던 점, 관광객 이용 편의시설 부족 보완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선도를 방문하는 군민과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부잔교를 놓고 뱃길은 압해읍 가룡항으로 새롭게 정비했다.
주동마을에서 수선화에 흠뻑 취해 발길을 남악마을로 돌렸다.
몇 가구 살지 않는 평범한 시골로, 낡고 오래된 집과 창고를 지나 밭 너머 갯벌이 끝없이 펼쳐졌다.
북촌마을 맞은 편 쪽 범덕산(145m) 아래로는 다양한 형태의 집이 옹기종기 자리 잡았고 밭도 꽤 많다.
선도 주민들은 섬 전체를 휘도는 길을 만드는데 한창이다. 해안모실길에서 전설이 깃든 삼형제바위, 문바위 등을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

선도 수선화
 


◇가고 싶은 섬
지난해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선도는 고유의 자연경관과 역사문화 자원의 보존과 회복을 통해 관광 기능 강화에 나선다.
작은 섬 공동체 활성화와 지역발전 도모가 목표다.
수선화 섬 스토리텔링을 통해 여행자에게 섬 특유의 문화·경관·생태·환경 등을 체험하고, 즐기는 선도 가꾸기로 테마를 정했다.
수선화와 금영화, 겹금계국 군락지 확대, 노랑꽃 창포, 분꽃 등을 심어 지역 특성에 맞게 사계절 꽃피는 섬 가꾸기에도 만전을 기한다.
대덕산에서 출발해 옥녀봉, 범덕산, 북촌마을을 잇는 등산로는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산행하기 안성맞춤이다.
범덕산의 부처손 군락지를 중심으로 탐방로를 정비하고 자연생태 자원을 온전하게 보존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컬러마케팅을 도입한 생활환경 개선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붕과 벽체 포인트 등에 색을 입혀 경관을 정비하고 수선화 꽃과 닮은 의류, 우산, 찻잔, 식기류를 보급한다.
수선화 작목반과 마을조합 통합 운영을 통해 섬 주민이 수확한 수선화 구근 유통망을 구축하는 등 농가 소득 증대를 꾀할 계획이다.
낡고 오래된 선도출장소와 어촌계 낙지보관 공동창고, 간이대합실 등을 리모델링해 주민들의 요구에도 부응해 나갈 예정이다.
향후 농업과 어업이 고루 발달 돼 있는 적절한 규모의 농촌형 섬마을의 특성을 살려 공동체 중심의 커뮤니티형 '가고 싶은 섬'으로 가꿀 계획이다.
신안군은 '섬 고유 생태 자원의 보존과 회복, 매력적인 섬 문화 관광자원화, 주민과 지자체가 함께하는 섬 가꾸기'에 행·재정력을 쏟을 예정이다.
선도의 특성과 주민의사를 반영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섬 공동체 활성화 및 관광 개발을 위함이다.

선도 부가화산력

◇중생대 부가화산력 발견
지난해 선도 북쪽의 범덕산 인근에서 100mm 이상 대형 부가화산력(또는 첨가화산력)이 발견됐다.
중생대 백악기의 강력한 화산활동의 흔적으로, 대규모로 발견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거 대형의 수중화산폭발이 있었음을 추측케 한다는 게 신안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부가화산력이 대형으로, 대규모로 나타나는 것은 특이한 현상으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견해를 밝히고 있다.
부가화산력은 화산이 분출할 때 형성되는 야구공 형태의 구형에 가까운 암석으로 수중에서 화산폭발 때 많은 습기를 포함해 끈끈해진 화산재가 뭉쳐서 만들어진다.
보통의 크기는 10mm 이내로 알려져 있다. 부가화산력이 발견된 선도는 중생대 백악기의 응회암과 화산암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과거 지질시대와 다양한 해안퇴적지형, 해안침식지형 등 연구 가치가 높아 '한국의 갯벌'과 연계해 관광 요소로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다.
 
◇청정 갯벌, 풍요로운 어장
선도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 중 신안갯벌(전남 신안)에 속해있는 섬으로, 지난 2019년 10월 세계자연보전연맹(ICUN)의 현지 실사를 받았다.
신안갯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조간대 펄 퇴적층의 형성과 해수면 상승에 따른 홀로세 시기의 퇴적진화과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숙한 다도해형 섬갯벌'이다.
특히 갯벌 낙지 맨손어업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수심이 얕고 밀물과 썰물의 차가 큰 바다와 갯벌을 지녔다.
일부 주민들은 횃불을 밝히고 맨손으로 또는 삽으로 갯벌을 파서 낙지를 잡는다.
지주식 양식으로 생산되는 김은 염산을 사용하지 않고 충분한 광합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본래의 맛과 향을 그대로 유지한다.
선도의 돌김은 게르마늄이 풍부한 청정갯벌과 큰 조수간만의 차이로 넉넉한 일조량과 해풍을 받고 자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선도 앞바다는 천혜의 어장으로 손꼽힌다. 이곳에선 숭어와 농어, 감성돔이 많이 잡힌다.
숭어는 말려 건정을 만들고 내장으로 젓갈을 담는다.
섬사람들의 삶은 치열하지만 여유도 넘친다.

선도 수선화 일출
선도 선치국민학교 졸업식



/신안=이주열 기자         신안=이주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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