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오지현 기자]조선시대 선비들이 붓으로 한 폭의 시를 쓰듯 약 60편의 시조를 직접 쓰고 그림을 그린 김종 시인(74)의 육필시조시화집 ‘물의 나라에서 보낸 하루’가 출간됐다.

광주시 문화예술창작지원금으로 발간된 이 시조시화집은 ‘물저장나무 소식’, ‘허공흔적’, ‘처용의 고래농사’, ‘안면도를 보며’, ‘입동’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김 시인이 직접 쓰고 그린 총 60편의 시화는 자연에 대한 시인의 관조와 초월에 대한 의지가 곳곳에 담겨 있다.

김 시인의 시조를 관통하는 근원은 바로 시인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바탕으로 연구한 존재론적 기원이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동시에 이를 현재에 반영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시를 쓴다. 그의 시조가 서정적으로 느껴지는 것 또한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조시화집이 더욱 의미있는 지점은 바로 그가 자신의 기원과 함께 현재에 이르기까지 겪어온 일들과 시간을 시조에 담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상상력을 통해 치유하는 과정까지 함께 담아냈다는 것이다. 시인의 상상력은 멀리 가지 못하고 이내 현실을 직면하는데, 이는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보편적 일상 속에서 시를 발굴해야 한다는 시인만의 미학 때문이다. 김 시인은 삶에 깊이 각인된 흔적들을 회상하고 연구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이를 현재로 확장시키는 등 과거와 지금을 동시에 노래한다.

한편 김종 시인은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장미원’이 당선되며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펼쳤으며, 광주문인협회장을 지내고 새천년문학대상, 영랑문학대상, 박용철문학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하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서예에도 조예가 깊어 대한민국 동양서예대전과 한국추사서에대전에 초청되기도 했으며, 서예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추사 김정희선생 추모 전국휘호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오지현 기자

김종 作 ‘얼굴들과 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