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탄다.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안전사고에 지자체는 대책 타령만 늘어놓는다. 사고 후속 조치는 마땅하지만, 그 후속 조치가 사고를 예방할 수준도 아니거니와 실제 현장에서 먹히지도 않는다. 개인의 부주의, 실수로 빚어지는 사고는 타인을 탓할 바 아니다. 문제는 공기관이 시스템화하지 못해 일어나는 안전사고로 시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지경에 처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고와 대책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는 데 있다.

광주는 현재 국제안전도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5년 주기로 재공인 절차를 거치게 돼 있어 광주시는 올해에도 재공인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몇 년 사이에 잇따른 각종 안전사고를 되짚어 보면 재공인을 장담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인구 150만명의 대도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역대급 안전사고들이 국제안전도시라는 명성을 퇴색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단지 앞 스쿨존에서 화물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가족을 덮쳐 3세 여아와 어머니를 숨지게 한 사고 하며 도심하천 초등생 익사 사고는 방심이 부른 사고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온 시민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대형 안전사고들을 단순한 방심 탓으로 연결지을 수는 없다.



전형적인 인재 사고



올 초 6명의 사망자를 낳은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는 공기단축을 위한 성급함과 무지, 무관심, 안일한 대처 등이 얽힌 인재다. 무단설계변경과 물 탄 저질 콘크리트를 사용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고 시공사의 감리와 공사관리 부실도 사고의 한 원인으로 발표됐다. 학동 철거 건축물 붕괴사고 역시 비용 절감, 시간 단축을 위해 정해진 작업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게 원인이다.

이에 앞서 2019년 36명의 사상자를 낸 클럽 복층 발코니 구조물 붕괴사고는 특혜 조례와 감독 부실이 낳은 전형적인 인재다. 특혜를 주기 위해 조례제정권 범위를 뛰어넘어 조례를 제정했고 클럽 내부 임의증축 이후 안전점검은 없었으며 조례상 출입 허용 인원 초과 등 조례 제정부터 행정당국의 안전관리와 감독에 총체적인 부실을 보여준 사고다. 더욱이 사고 당시에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던 터라 한국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민낯이 전 세계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성공적인 대회를 치렀건만 경기장 밖의 사고로 광주의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점이 착잡하기만 하다.

사고가 날 때마다 지역사회는 안전을 강조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한때의 각오는 흔적없이 사라진다. 대책을 세워도 사고는 계속되고 인명 피해는 늘 뿐이다. 학동 사고 이후 광주시는 ‘시민과 함께하는 안전광주’를 위한 안전관리혁신계획을 발표하고 365일 상시 안전점검시스템 구축 등 9대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화정동 사고가 터졌다.



생명 존중 도시 거듭



이번엔 부랴부랴 회의체를 가동하고 안전점검 부서 평가제를 도입해 인허가부서 및 발주부서 대상 안전점검 실시, 교육 홍보 등 이행실태 확인 평가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에도 365일 상시 안전점검이 대책에 포함됐다. 대책은 늘 그럴듯하게 나오는데 사고예방엔 약효가 없다. 사고에 예고가 없다지만 어쩌다가 발생하는 사고를 미리 알 수도 없고 또 불가피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당국의 관리능력은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다. 반복되는 사고와 대책을 보면 언제 또 소름끼치는 안전사고가 터질지 가늠하기 힘들다.

광주시에 대형 안전사고들을 막을 컨트롤타워가 있기라도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안전사고는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한 지자체에서 소중한 목숨들이 사라지는 예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생명 존중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안전도시 광주’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될지 미심쩍다.

이런 와중에 광주시는 국제안전도시 재공인에 도전한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WHO(세계보건기구)의 이념이 국제안전도시 재공인을 통해 구현됐으면 한다. 모든 시민들이 더 이상 가슴 아파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사고 예방에 관심을 기울이고 빈 틈 없는 관리로 광주가 명실상부한 생명 존중의 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