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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라는 그물 속 개인의 내면 들여다보기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관계의 합성' 전
회화·설치·비디오아트·사진 콜라주 등 다채
대상 속에 녹아든 감정 조명…오는 31일까지

2022년 03월 16일(수) 18:08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열리는 ‘관계의 합성’ 전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오지현 기자
[전남매일=오지현 기자] 양림동에 위치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오는 31일까지 2021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입주작가들의 ‘관계의 합성’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거리두기 등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입주작가들의 고민과 생각이 그대로 녹아있다. 구래연, 김경묵, 김선행, 김유나, 김제원, 김혜연, 윤미지, 이진경, 최형섭 등 9명의 작가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작품 속에 개인의 환경과 경험에 따른 관계를 녹여낸다.

전시에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는 작품은 이진경 작가의 ‘진경산수’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작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재료인 비닐봉지를 사용한 작품활동을 전개한다. 진경산수 또한 언뜻 보면 익숙한 한 폭의 수묵 산수화처럼 보이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검고 흰 비닐봉지나 쓰레기 등으로 완성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 작가는 일회성을 위해 만들어지고 소비되며 쉽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물질인 비닐봉지가 사실은 소멸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아이러니에 집중했다. 산과 들, 해변의 어딘가에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들과 자연을 대치해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는 새로운 플라스틱 지형을 표현해 오늘날의 진경산수를 완성시킨다.

이진경 작 ‘진경산수(盡景山水)’
회화로 주로 작품활동을 한 김선행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설치 작품인 ‘잠긴 기둥의 부유물들’을 통해 영역 확장에 나섰다. 김 작가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동시에 땅 위를 고르게 흐르기도 하는 ‘물’을 주제로 수직과 수평을 동시에 흐르며 이야기를 엮는 물의 직조 행위에 집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본인이 생활했던 공간과 그곳에서 겪었던 경험과 서사를 녹여내는데 초점을 뒀다.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경묵 작가는 5분 15초 길이의 싱글채널비디오작품 ‘Path’를 통해 다양한 각도로 길을 조명한다. 작품은 같은 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통해 모두가 다른 길을 가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마주치는 등 공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을 그린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작사가로 활동하는 김혜연 작가는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잠, 생각 1, 잠, 적, 잠자리 동화 하루의 기도’를 통해 잠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공유한다. 작가가 부르는 자장가와 함께 재생되는 영상은 작가의 어머니와 태어나지 얼마 되지 않는 조카가 함께 자고 있는 모습, 늦은 밤에도 밝은 불이 켜져 있는 충장로 일대 등 도시의 모습을 겹쳐 보여줌으로써 두 영상 사이의 괴리를 더욱더 심화시킨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형섭 작가는 4분 33초 길이의 싱글채널비디오 작품 ‘Sentimographie’를 선보인다. 내면을 뜻하는 ‘Sentiment’와 기록을 뜻하는 ‘graphie’의 프랑스 합성어인 ‘Sentimographie’는 내면을 선으로 표현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최 작가는 시간과 환경에 따라 영감을 받은 색과 감정의 기록들을 세포 분열과 같은 식물 덩굴들처럼 표현, 유기적으로 확장되는 이미지의 물결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이번 영상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모두 아이패드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더욱더 흥미롭다.

김제원 작 ‘두 개의 정원’
김제원 작가의 설치 작품인 ‘두 개의 정원’은 돌이나 콘크리트 등 흔적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재료를 통해 여러 겹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보여준다. 이번 작품은 돌 위에 한지를 덧대 제작한 것으로, 작품을 계속해서 보고 있자면 마치 위성사진을 통해 볼 수 있는 산과 들, 밭 등 마을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김유나 작가는 ‘꽃밭인데, 내가 좋아하는 꽃은 아니야’와 ‘무제’를 통해 내면에 존재하는 추상적인 느낌과 고민을 시각적으로 이미지화시켜 캔버스에 담아낸다. 특히 김 작가는 정형화된 정물화를 그려낸 ‘무제’에 일부러 작가의 손자국을 남김으로써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있는 전형적인 미술에 대한 탈피를 시도한다.

구래연 작가는 브라스라는 차가운 물성으로 만든 조형물 ‘살아있는 관계’를 보여주며 식물이 지닌 유기체적 관점을 통해 관계라는 주제를 이야기한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미지 작가는 사진 콜라주 작품인 ‘조간대’를 통해 썰물과 밀물 때의 해안을 대조하며 모두의 기억 속에 각자 다르게 기억되는 공간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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