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광장>젠더갈등의 오해와 이해
박문옥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

폭풍 같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정치권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저성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 질서를 바로 잡아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산업화에 성공해 빈곤을 극복하고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잠재돼 있던 문제점들이 빈부갈등, 세대갈등, 남녀갈등, 이념갈등 등 수많은 사회적 갈등들이 곳곳에 표출되고 있다.

이중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남녀갈등이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공약은 여성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양상을 보여 취업과 주거난 문제에 직면한 젊은 층에게 젠더(gender·性) 갈등을 심화시켰다.

성별 편 가르기식 대선 전략

오랫동안 남성 위주의 제도와 관습을 유지해 온 우리나라는 남녀평등 사상이 자리 잡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남녀 간 차별이 심하다는 주장이 많다.

우선 군 복무에 대한 남성만의 징병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성계에서는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 문제를 여성 불평등으로 제기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여성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286만여 원으로 남성 근로자 431만여 원의 66.3%에 불과하다.

또한 일각에서는 국회와 시·도의회 의원의 비례대표 후보 추천, 국공립대 여성교수 할당제 등 능력이 아닌 성별 우선의 ‘여성 할당제’를 남녀 불평등의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젠더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양성평등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이로 인한 소통의 실패에 있다.

더구나 청년들의 극심한 취업난은 남성이 여성과의 경쟁에서 점점 민감해질 수 밖에 없게 만들었으며 성평등 정책을 비판하고 그 원인을 서로 다른 성별에 돌리게 되면서 젠더갈등의 주 요인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정치권에서도 젠더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20~30대 남성의 성차별 의식을 선거전략으로 삼아 성별 편 가르기식 정책으로 젠더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처럼 과열된 선거전을 보면 이후의 국정 운영이나 정치에 대한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일부터 시작해 어느 한 편이 아닌 모든 국민의 말을 듣는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젠더갈등이 커진 이유가 복합적인 만큼 갈등을 풀기 위한 해법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

성평등·통합 정책 펼쳐야

먼저 남녀가 처한 서로 다른 현실과 다양성을 이해하는 교육부터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종차별을 겪어 온 서양에서는 어릴 때부터 차별, 혐오 등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상호 간 이해와 소통하는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젠더갈등이 청년층에서 심한 이유는 극심한 경쟁 환경에서 공정한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청년들에게 일자리, 주거, 교육 등 더 많은 기회가 보장되도록 시스템 개선과 해결이 수반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고 국민통합을 이뤄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국민을 배려하는 마인드를 갖고 집단 간의 타협을 이끌어 내 사회가 효율적으로 성장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치의 회복은 젠더갈등을 해결할 단초이며 성평등 사회로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진정한 성평등 정책을 통해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