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일부 기초의회가 오는 9일 치러지는 대선을 핑계로 사실상 문을 닫아 지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0대 대선 공식 선거 운동일인 지난달 15일 이후 임시회가 열린 광주 기초의회는 서구·남구의회다. 이중 남구의회는 지난달 임시회를 열었지만, 외부 계약 일정 탓에 서둘러야 하는 집행부 발의 조례안 일부만 심의·의결한 뒤 나흘 만에 회기를 마쳤다.

서구의회가 지난달 23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회기도 졸속이었다. 11개 부서 구정 보고는 구색만 맞춘 채 마무리됐고, 의원들은 서둘러 회의를 마무리하거나 틈틈이 자리를 비우기 일쑤였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고, “서면 보고로 대체하자”는 상임위원장의 제안을 두고 한때 회의가 무산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의회를 비운 의원들의 행선지는 뻔하다. 대선 유세에 동원되고 정당 행사에 얼굴도장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을 터다. 이런 의원들의 ‘외도’는 지역 선출직 대다수가 소속돼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기여도’를 지방선거 공천 기준으로 삼으면서 어느때보다 노골화되고 빈번해 졌다. 이들이 의회를 내팽개치고 선거판을 쫓아다니는 이유가 차기 공천을 의식한 눈도장 등 어쩔수 없는 정치인의 행보라 하더라도 주민의 삶과 관련된 현안은 뒷전인 채 자신의 신상만 챙기려 드는 건 분명 본분을 망각한 행위다. 의원들이 있어야 할 곳은 의회다. 어떻게 하면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인가 하는 고민이지 대선 뒤치다꺼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집행부 공무원들의 조그만 실수에도 서슬 퍼렇게 추궁하는 의원들이 자신들의 일탈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고 슬그머니 넘어가는 이중적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인사권 독립 등 지방의회의 권한과 역할이 확대된 만큼 소위 자기관리에 더 철저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역민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자신의 신상과 잇속만 챙기려 하는지를 날카롭게 지켜보고 심판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의원들이 있어야 할 곳은 의회이며, 본연의 책무는 유권자들이 위임한 권력의 제대로된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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