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꿀벌 실종 사건으로 양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겨울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겨울을 나던 꿀벌 수십만 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에 실시된 한국양봉협회 전남지회의 자체 조사 결과 도내 826농가에서 7만 1,655군의 꿀벌 폐사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양봉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진 점과 전반적으로 벌 세력이 크게 약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피해는 갈수록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업과학원과 농축산 검역본부 등 관련 기관들은 이번 꿀벌 집단 실종에 대한 조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기생충, 응애 등이 원인이라면 벌통 주변이나 소문(벌통 입구)에 폐사 흔적이 있어야 하지만 벌통 자체가 텅텅 비어 있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게 농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과 양봉업계는 드론을 이용한 고농도 농약 살포 등으로 벌이 귀소하지 못했거나, 이상기후로 계절을 착각한 벌 무리가 외출했다 폐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꿀벌 농가들이 농약뿐 아니라 전염병 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나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꿀벌농가들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꿀벌의 개체 수를 늘릴 방안을 정부에 마련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구제역이나 조류독감(AI) 등으로 피해를 입은 축산농가들에 대해 국가 차원의 보상이 이뤄지는 점을 들며 “농가들에 대한 차별”이라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농도인 전남지역은 꿀벌이 수정해야 할 시설채소와 과일의 종류가 타지역에 비해 많은 편으로 벌이 없을 경우 농작물 수정을 못 시켜 2차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전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의 71%는 꿀벌에 수정을 의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꿀벌의 공익적 가치를 6조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몇 년 동안의 흉작과 사양꿀에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양봉농가들은 꿀벌 실종 사태로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다.

인간의 식량과 생태계 보존을 위해 꿀벌을 살릴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정부와 전남도가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