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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남의 영화 속 나머지 인간 <17>레인 맨

인간 내면 속 따뜻한 DNA의 추억
소통과 치유로 변모한 불안한 동행
가족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성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폐증

2022년 02월 24일(목) 18:09
‘레인 맨’(Rain Man, 1988)은 인간을 감동하게 하는 것은 따뜻한 마음이란 명제를 만드는 영화다. 닫힌 마음을 가진 현대사회에 따뜻함이란 온기를 전달한다.

영화는 자폐증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기회를 준다. 특히 물질이 지배하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형과 동생, 나아가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만든다.

이기적인 성격의 승용차 딜러 찰리는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한다. 하지만 그에게 남겨진 유산이라고는 낡은 자동차 한 대와 장미정원이 전부다.

나머지 막대한 유산은 다른 사람에게 상속됐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이후 그 사람이 어렸을 때 헤어진 형인 자폐증 환자 레이먼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찰리는 형이 생활하는 정신병원을 찾아간다.

찰리는 아버지 유산 중 자기 몫을 얻어내기 위해 레이먼드를 담당 의사 몰래 데려간다. 자폐증 환자인 형을 유괴한 셈이다. 찰리는 형을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와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형은 고소공포증 때문에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둘은 도로를 따라 긴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찰리는 형이 숫자를 모조리 외울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이 있음을 알고, 형의 능력을 이용해 도박장에서 큰돈을 번다.

서로 합치되지 않을 것 같았던 두 형제는 길을 따르는 여정을 통해 형제애를 깨닫게 된다. 영화는 인간의 내면에 숨은 따뜻한 DNA의 추억을 뽑아낸다.

형제의 불안한 동행은 소통과 치유의 현장이 된다. 더욱이 아버지가 자신을 미워했다고 기억하는 찰리는 형 덕분에 뒤틀린 마음을 풀 수 있게 된다. 외로웠던 유년시절과 화해하는 순간이다.

제목 ‘레인 맨’은 찰리가 레이먼드를 부르던 별명이다. 찰리는 어린 시절 자신이 무서워할 때마다 노래를 불러주던 레인 맨이 상상 속 인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여행을 하며 레인 맨이 형인 레이먼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영화 덕분에 자폐증에 관한 관심이 폭증했고, 이에 대한 편견도 바꿔놓는다. 자폐증을 어둡고 부정적으로 보는 대신 특별한 능력과 긍정적 측면에 주목하게 됐기 때문이다.

레인 맨은 정신질환자를 우호적 시각에서 바라본 영화다. 대부분 영화에서 정신질환자는 정신이상자나 미저리 등 위험한 인물로 그려진다.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은 대형 사고를 저지를 위험성이 높다는 것으로 당연시하는 풍조를 반영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조금씩은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다만 정신질환자의 위험성에 관한 판단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정신질환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천하고 있다.

더욱이 영화가 우리를 감동하게 한 것은 따뜻한 마음이다. 영화 등장인물 중 자폐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레이먼드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점에서 찰리나 찰리의 아버지도 자폐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결국, 영화는 자폐증 증상을 가진 세 남자의 이야기인 셈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조금씩 자폐증 증상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관점과 논리로 주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여행의 출발은 자폐증 환자 레이먼드와 함께 시작하지만, 여행 끝에서 그는 형 레이먼드를 발견하게 된다. 찰리의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연 것은 레이먼드의 순수함과 따뜻한 마음이다.

찰리가 형과 함께 라스베이거스에서 블랙잭을 할 때, 나쁜 패일 땐 칩을 하나 걸고 좋은 패일 땐 칩을 두 개 걸라고 가르쳐 주는 장면이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형은 동생과 헤어지기 전 하나는 나쁘고 둘은 좋다고 말한다. 동생은 우리는 둘이라고 답한다. 두 화면이 머리에 겹치면서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주며 영화는 끝난다.

형제가 길 위에서 만난 것은 따뜻한 이해와 배려의 마음이다. 비가 땅을 적시듯 레인 맨은 동생의 마음속에 촉촉이 스며든다.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된다.

/사진 출처=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자신만의 세상에 스스로 갇히다’

- 서번트 증후군과 자폐증



레인 맨은 자폐증과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영화다.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이 수학, 암기, 음악, 미술, 퍼즐 맞추기 등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는 현상이다.

영국의 존 랭던 다운 박사가 1887년 발견했으며,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바보 천재라 표현했다. 영화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레이먼드가 서번트 증후군이다.

해당 증상을 겪은 유명인으로 다니엘 타멧이 있다. 그는 영어 외 불어, 독어, 핀란드어 등 9개 국어를 구사했다. 더욱이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5시간 9분에 걸쳐 원주율 소수점 이하 숫자 2만2,514자리를 정확히 암송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또한, 레인 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실제 인물인 킴픽은 미국 전역의 우편번호와 7,600권 이상의 책을 통째로 암기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천재성을 보이는 환자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은 자폐증이 심하게 나타나 뇌 손상을 하고 있다.

서번트 증후군의 원인으로 좌뇌의 손상과 우뇌의 보상 이론이 꼽힌다. 학자들은 백치천재들의 놀라운 능력을 그들의 우뇌가 장애가 있는 좌뇌를 보완하려다 발전시킨 결과로 추측한다.

태아의 좌뇌는 우뇌보다 늦게 성장한다. 좌뇌 성장 중 태아가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되면 좌뇌의 손상으로 인해 우뇌의 기능이 탁월해짐으로써 서번트 증후군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폐증(Autism)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에 장애가 있는 증상을 말한다. 영아 자폐증, 아스페르거 증후군, 서번트 증후군 등을 포괄하는 증상을 지칭한다.

특징은 타인과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긴다는 점이다.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지 못하고,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 상호작용이 불가능하고 동료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만의 세상에 스스로 갇혀 살게 된다.

자폐아는 사물에 부적절한 애착을 둔다. 그리고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폐증 환자는 환경변화를 막으려는 강박적 노력을 한다. 흔히 몸을 흔들거나 손뼉을 치는 등 율동적인 신체 운동을 한다.

자폐증은 원인이 완전히 규명되지 못한 질병이다. 더욱이 자폐증 치료는 여전히 실험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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