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오지현 기자] 200여 년 전 조선. 다산 정약용은 경세유표 서문에서 “털끝 하나 성한 것이 없으니 개혁하지 않으면 조선은 망한다”고 말했다.

그 당시 조정은 당파 싸움에 하루가 멀다하고 시끄러웠으며, 백성들은 굶주림에 허덕이며 깊고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나라는 병들고 백성들은 토지로 밭을 삼아 땀 쏟아 일구건만, 벼슬아치는 백성을 밭으로 삼아 등짝을 벗겨 먹는 그야말로 처참한 상황이었다.

정조의 죽음과 함께 반대파로부터 겨우 목숨을 건져 강진으로 유배된 다산 정약용. 그는 18년간의 유배 생활 속에서 600여 권의 책을 저술해 ‘다산학’이라는 학문적 위업을 남기며 이른바 ‘다산정신’을 세상에 남겼다. 조선사회의 처절한 삶의 현장에 대한 성찰과 치열한 책무성과 헌신에 기반을 둔 이 다산정신은 다산학을 기반으로 주인 정신과 위국 애민에서 드러난 소통, 청렴, 공정, 탐구, 창조, 개혁이라는 사회적 가치로 표출되고 있다.

이런 ‘다산정신’을 바탕으로 한 ‘다산의 탁월한 시대정신-변화와 개혁의 등불’이 출간됐다.

진규동

자신을 ‘다산심부름꾼’이라고 설명한 진규동 작가는 지난 2019년 8월에 쓴 ‘다산정신’에 대한 논문을 바탕으로 이번 책을 엮었다. 진 작가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온 인류를 공포에 휩싸이게 하는 데다, 메타버스 등 가상현실 시대까지 도래하고 있는 지금, 과연 어떤 시대정신이 필요한가를 고민하다 이번 책을 쓰게 됐다”며 “고난과 시련 속에서 ‘다산학’이라는 위대한 학문적 업적을 이룬 다산정신에서 새 시대의 희망을 찾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책은 다산정신의 등불을 ‘늘 힘들고 고통받을 때 개혁의 횃불로 승화된 정신’이라고 설명하며 다산정신은 역사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삶 속에 살아있다고 말한다. 전통의 본래 가치를 재해석해 오래된 폐단을 제거하고, 근본을 되찾아 실질적으로 왜곡된 지식체계를 통해 과거 실상과 급변하는 미래를 대비하고자 한 다산정신이 동학 농민혁명, 3·1 독립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2016년 광화문 광장의 촛불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 작가는 “이 책은 다산정신을 바탕으로 변화와 개혁을 통한 공정한 새로운 세상을 펼치는데 기여하기 위해 쓰였다”며 “현재 도래한 4차 산업혁명 시대야말로 다산정신이 더욱 유용한 동시에 가장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