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500원짜리가 지폐였어요?
전재환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금융팀장

화폐에 관한 책을 보던 아들 녀석이 “아빠, 500원이 동전이 아니고 지폐였어요?, 왜 그래요?”라고 물었다. 한국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필자도 실제 500원화 지폐를 본 건 어린 시절 잠깐이었으므로 잠시 멍했다가, “500원짜리뿐만 아니라 100원화, 50원화, 10원화도 지폐였어”라고 설명하면서, 돈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해줄 수 있었다. 화폐는 지금까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고, 주화, 지폐와 같은 형태뿐만 아니라 이제는 그 기능도 변화하고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 화폐는 어떻게 변화해 왔으며,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띨까? 또한 화폐와 관련된 최근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

사회·경제적 여건 반영한 화폐

화폐는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고 거래가 시작되면서 거래를 편리하게 하려는 노력에서 자연스럽게 출연하였다. 고대 물물화폐는 원시사회부터 원격지의 사람들과 물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거래의 편의성, 가치의 저장 및 과시 등의 목적으로 희소물자를 이용한 화폐를 제작·도입하여 사용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역사적 변천과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발맞추어 화폐의 종류와 가치, 유통이 달라짐에 따라 화폐의 형태도 변화해 왔다. 기원전 인류가 물물교환을 시작하면서 거래의 편의를 위해 조개껍데기와 같은 물품화폐가 사용된 것을 시작으로 금화 등의 금속화폐를 거쳐 10세 중반 이후 지폐가 등장하고, 최종적으로는 중앙은행이 독점적으로 발행하는 현재의 화폐에 이르렀다. 변화는 그치지 않고 계속돼 신용카드, 각종 페이 등 디지털 지급수단이 이제는 화폐의 기능을 일부 수행하면서 우리의 일상 생활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다 2010년대 중반 비트코인과 관련 기술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후에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관한 관심이 크게 증대되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인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는 용어는 영국 중앙은행이 2015년 처음 사용하였다. 당시 중장기 연구과제 차원에서만 사용한 것으로 상당 기간 CBDC는 순수 연구 목적으로서만 언급되었다. 그러다 2019년 페이스북의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계획 발표 등으로 금융여건이 변화하면서 CBDC가 중앙은행들의 주요 정책 과제로 부상하였다. 최근 들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CBDC 관련 연구와 도입 준비 업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에는 실제 환경에서 시범운영을 실시하는 등 주요국 중 최초로 2022년에 CBDC 도입 가능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CBDC의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모의실험 환경을 조성하고 CBDC의 기본 기능(제조, 발행, 유통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앞으로는 모의실험 환경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결제 등 추가 기능을 구현하고, 개인정보보호 등에 대한 신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주목

현재까지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새로운 전자적 형태의 화폐라는 기본 개념을 제외하면, 구체적인 설계 및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아직 대부분의 이슈에 대해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으며, 현재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술적, 제도적 측면에서 각 방안에 대해 분석·점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CBDC가 실제 도입될 지 여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고, 도입이 결정되더라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폐와 관련하여 한 가지 중요한 추가 정보가 있다. 다가오는 3월부터는 한국은행의 화폐교환 기준이 변경된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신권(새 돈) 위주의 화폐교환이 이루어졌으나, 앞으로는 신권은 아니지만 사용가능한 깨끗한 돈(사용화폐)으로 교환해 줄 예정이다. 이는 불요불급한 신권 선호를 완화하여 추가 화폐제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앞으로 지역주민들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