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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용퇴론, 광주에 주는 의미
2022년 02월 13일(일) 19:10
586 용퇴론, 광주에 주는 의미
정진탄 월간국장 겸 논설위원


얼마 전 이문열 작가가 오랜만에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시간의 신비를 얘기했다. 자신의 작품을 시간이 많이 지난 이후 다시 읽어보니 다른 느낌이더라는 내용의 언급이었다. 시간은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 보이지 않는데, 우리는 다만 시간의 흐름이 투영된 실체를 보고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한다. 시간 앞에서 그 어떤 것도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 없으니 신비할 따름이다.

이 작가의 말마따나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보이고, 또 자취를 감추고 생겨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선험적으로 알고 있다. 꽃이 피면 지는 것이고, 권력도 잡으면 언젠가는 놓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추해지는 것이 인간사다.

새 물결 맞아 질서 있는 퇴장

문재인 정부도 이제 황혼녘에 서 있다. 다음달이면 새 정부가 들어서 청와대를 비워야 한다. 이런 도도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사회적 이슈, 대선 이슈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젠더 갈등, 페미니즘 논쟁은 시대 변천을 적극 반영한다. 민주화 운동 시절에 이 같은 논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서구, 유럽자본주의에 걸맞은 이슈였고 당시 우리 사회에선 정권 투쟁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 산업화, 정보화 시대를 거쳐 인공지능을 논하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사회적 관심사, 이해관계가 폭 넓어지고 디테일화했다. 시대정신으로 공정과 상식, 원칙과 정의가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가치로 떠오르고 있고 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권이 대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화와 운동권의 대표성을 띠는 것처럼 보이는 586(50대 연령·80년대 학번·60년대 태생)그룹의 용퇴론이 힘을 얻는 것도 새 물결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과 직결된다. 586 용퇴 목소리가 이번 대선에서 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니 나온 고육책이라고 해도 결론은 질서 있는 퇴장 쪽일 것이다.

운동권적 시각이 얼마나 퍼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사례가 있다. 지난달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안철수 대선 후보의 극진한 요청을 받고 그 직을 수락했는데, 유력 언론매체는 중도 보수세력의 결집이 전망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매체는 노장철학의 대가인 최 위원장이 그 같은 이데올로기적 속성을 갖고 그런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본 것이다.

언뜻 그럴싸한 평인데 사실 노장철학은 그 어떤 이데올로기와도 합치되지 않는 ‘무위’(함이 없이 함)의 철학이다. 서구 철학과 지식으로 좌, 우를 재단하려고 하니 최 위원장을 중도 보수로 좌표 짓고 그 층을 공략할 것이란 전망을 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 서구철학으로 동양철학을 농락한 것이다.

최 위원장이 실제 중도 보수표를 흡수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서구 철학에 찌든 이들이 보는 것처럼 이뤄진 것이 아니라 원칙과 상식, 공정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유권자들을 끌어들인 결과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언론·학계, 오피니언 기관이 좌·우, 중도로 구획하고 마음대로 재단해버리는 게 화근이다.

청년층 마음 얻는 후보 긴요

이런 류는 맑시즘 철학, 서구 사회과학에서 파생한 것으로 자연과 우주를 논하는 노장철학, 동양철학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가소롭다. 어쭙잖은 서구 철학, 사회과학의 프레임을 만들어놓은 세력 중 하나가 586그룹이다. 이 그룹은 지금까지 기득권층으로 군림하다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찌 낡은 철학으로 요즘 뜨는 MZ세대를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MZ세대에게는 결코 구닥다리 이데올로기적인 틀이 없다.

세대 간이 아닌 지역적으로 보면 광주는 역사적 특수성 때문인지 이데올로기적 색채가 강하다. 민주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광주가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거대물결을 맞아 그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시대적 변천과 맞지 않는 이데올로기 색채가 있다면 그 물을 빼내야 한다. 586 운동권 마인드도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낡은 관념의 틀을 뛰어넘을 것을 요구한다. 운동권 마인드 또는 그에 대한 향수는 속칭 ‘꼰대’로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운동권 마인드는 투쟁이고, 미래 창조 마인드는 상생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도 대선과 마찬가지로 미래 세대인 20~30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후보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미래를 발전적으로 열 수 있다. 거듭 말하건대 운동권 마인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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