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필두로 대한민국 문화산업을 선도하던 광주가 이제는 십수 년째 그대로인 인프라, 발전 없는 콘텐츠 기술 탓에 한없이 뒤처지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15년 개관 이후 제 기능을 발휘한 적이 없다. ‘광주문화수도 육성’이라는 기치가 무색하게 8년째 공연·전시 무대를 제공할 뿐인 거대한 전시관으로 낭비되고 있다.

매회 100억대가 투입되는 국고가 허무할 정도로 저조한 인기는 물론 논란과 질타의 대상으로 전락한 광주비엔날레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어렵다. 회를 거듭할수록 ‘누가 더 난해한가’를 겨루는 듯한 작품들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껍데기뿐인 인프라에 갇힌 채 문화콘텐츠의 부재가 주는 부작용의 전형이다. 과거 아문당과 비엔날레 등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문화콘텐츠를 접목해 시너지를 낼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한국문화기술(CT)연구원이 그것이다.

문화기술 분야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을 게임이나 영상·공연 등 문화콘텐츠와 접목하고, 문화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책연구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설립을 지시했지만, 15년째 공회전만 반복하다 이제는 무산 위기에 처했다.

매년 ‘올해는 반드시’라며 CT 연구원 유치를 입버릇처럼 공약으로 내세우던 지자체장, 국회의원들이 즐비했지만 성과 없이 지금에 이르렀다. 임기 말에 접어든 정부와 광주시가 새삼 의지를 보일 일도 없다. 차기 정부에서의 실현 가능성도 미지수다. 정권이 교체될 경우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증발할 것이 자명하다.

요즘 광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인들을 만날 때면 아쉬움과 답답함 섞인 한탄이 들려온다. ‘오징어게임’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불어온 K-콘텐츠의 위력을 알아본 넷플릭스가 경기도 연천군과 파주시에 전용 스튜디오를 건설했다. 광주 문화인들의 한탄이 재차 들려온다.

“우리 광주로 왔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