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오지현 기자]처음 동굴에서 살던 인류는 움집을 지어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움집은 땅에 닿아 질고 습했으며, 통풍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류는 기단을 놓아 집을 짓기 시작했고, 더 진화한 것이 지표로부터 층을 이뤄 지은 집, 통칭 ‘다락’이다.

지표에서 층을 이뤄 지은 모든 건축물을 뜻하는 ‘다락집’은 일반적인 집의 형태 뿐만 아니라 누정이나 서원, 사당, 고택 같은 것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옛집들은 모두 다 다락집이라고 할 수 있다.

다락집에 대해 한국화가 김집중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언론인 출신 이광이씨가 글을 쓴 ‘절절시시-그림이 있는 남도의 다락집’이 출간됐다.

책의 제목은 ‘논어’의 자로 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지어졌다. 이야기는 이렇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공자에게 “어떻게 해야 선비라고 이를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절절하고 시시하며, 이이해야 선비답다고 하리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절절’, ‘시시’, ‘이이’는 의태어다. 절절은 간절하고 애절한 상태를, 시시는 굳세어 꺾이지 않는 자세를, 이이는 기쁨을 환하게 드러내는 모습을 의미한다. 이 작가는 “이 책은 절절 시시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공자가 3개의 몸짓으로 선비다움을 설명한 문구를 책의 제목으로 따 왔다”고 설명했다.

김집중 작 ‘구례 매천사’

“집 이야기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호남의 누정을 예로 듭시다. 누정은 퇴휴한 관료가 시문을 지으며 유유자적하던 공간이기도 하지만, 시대에 저항하며 새 세상을 꿈꾸던 은자들의 내밀한 공간적 의미를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자가 예술을 즐기는 ‘예’라면 후자는 사람 또는 군신 사이의 도리를 뜻하는 ‘의’라고 할 수 있겠죠. 남도, 특히 광주를 예향이나 의향이라고 부르는 뿌리도 이 다락집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책은 시인과 학자, 관료와 상인, 의병장과 독립운동가 등 멀리는 조선 초기부터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의 삶과 ‘장흥 장천재’, ‘광주 환벽당’, ‘고흥 재동서원’, ‘순천 관경정’ 등 다양한 다락집을 조명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나로 관통하는 것은 바로 ‘정신’이다. 이 작가는 전쟁의 위기에는 의병으로, 조정이 문란할 때는 선비로, 식민시대에는 투사로 이어져 내려오는 정신을 ‘광주정신’의 뿌리로 삼고, 제목대로 절절 시시 이이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을 깊이 들여다본다.

책 속에는 사철 색이 바뀌는 다양한 형태의 다락집들을 한국화로 표현한 화가 김집중의 그림을 함께 실어 독자들로 하여금 보는 재미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이 책의 출판기념회 및 그림 전시회는 10일 오후 2시 광주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무등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오는 16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