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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지원과 시민 참여
2022년 01월 26일(수) 15:01
<전매광장> 예술지원과 시민 참여
곽규호 광주문화재단 예술상상본부장


매년 1월이면 문화재단은 예술인지원사업으로 바쁩니다. 광주문화재단의 일 가운데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예술지원사업이 1월부터 공모-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문화예술지원 사업은 지난 주부터 지원신청서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 청년예술인지원, 창작공간, 문화예술교류지원 등의 영역이 포함됩니다. 접수 마감일은 28일이니 혹시 지원사업 준비해오신 분은 시간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접수가 마감되면 심사를 준비합니다. 사실 지원사업의 가장 민감한 영역입니다. 누가 어떻게 심사할 것인지가 관심사입니다. 어떤 심사 방식이 가장 좋은 가에 정답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지원 심사 방식은 전문가 심사가 일반적입니다. 문화예술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예술인, 교수, 예술행정인 등이 위원으로 위촉됩니다. 2년여 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심사위원 자격을 훨씬 완화했습니다. 데뷔 10년 기준을 채우면 심사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 정부에서 예술계를 힘들게 했던 블랙리스트 사건의 영향입니다. 전문가의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경남 ‘선착순 지원’ 파격

광주문화재단이 지원 사업 공모 중이던 1월 초 경남에서 뜻밖의 소식이 있었습니다. 김해문화재단이 공모 후 심의를 거치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예술인 지원사업을 선언했다고 합니다. ‘불가사리 프로젝트’라 이름 붙인 김해공연예술인 지원사업으로 공간지원, 인적 지원, 실비 지원 등이 포함된 지원 사업입니다. 선착순 지원은 흔하지 않은 선정 방식입니다. 취지는 추측이 됩니다. 첫째는 예술인 지원을 재단이 정해 놓은 틀에 맞추도록 하는 일방적인 지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고, 평가·심사로 예술(단체)의 순위를 매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 소식은 광주문화재단도 이런 선착순 지원이 가능한지, 지금 우리에게 그게 필요한지, 아니 이런 지원 방식이 예술인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나라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면 문화예술지원에도 그런 방식을 폭넓게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지원 받을 예술인과 단체를 시민이 직접 선정하는 방식은 어떨까’. 예술지원을 위한 예산은 세금으로 만들어집니다. 시민이 그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 개입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데까지 미칩니다. 물론 전문가를 전혀 배제하는 것은 안 될 일이겠지요.

‘문화민주주의’란 말이 있습니다.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한다는 ‘문화 민주화’ 단계를 지나 시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아마추어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권장하여 문화예술 활동의 참여를 지향하는, 말하자면 문화정책의 대전환을 말합니다. 그 핵심은 시민의 참여입니다. 그렇다면 참여의 내용과 대상이 어디까지일지가 현장 문화정책에서 부딪치게 되는 이슈가 될 것이고, 창작에의 참여뿐 아니라 지원받을 예술활동을 선정하는 일에 참여하는 일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요.

시민 예술활동 밀착 기회

긍정적인 측면 몇 가지만 보면 우선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심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선정된 예술인(단체)을 기억할 수 있고, 예술 현장을 방문할 수도 있습니다. 예술이 고상한 사람들끼리 즐기는 고급 취미가 아니고 일상에 있음을 느끼게 하는 장치가 되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지역 예술인들의 삶과 예술 활동을 좀더 가까이 볼 수 있게 됩니다. 삶 속에서 예술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고 그 기회는 점차 예술 향유와 참여 확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문화민주주의의 방향은 지원 사업의 직접 심사를 넘어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예술로 만들기, 우리 지역의 역사,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의 힘, 거리 곳곳에서의 활발한 축제까지 내 주변으로 집중하고, 좀 더 크게는 우리 지역에 밀착한 문화정책으로 발전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학자들의 주장은 이렇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20년 30년 전 방식이 유력하고 유효합니다. 아직은 시민이 예술인을 심사하는 단계까지는 빠르다고도 합니다. 준비가 안 됐으니 차차 생각하자고 할 수도 있습니다. 시민사회, 예술계와의 긴밀한 대화도 필요합니다. 그래도 신년이고 하니 꿈꿔보기도 하고, 고민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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