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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속 숨겨진 인문학 들여다보기

신동기 작가 신간 'SNS 인문학'
빌런·인싸·흙수저 속에 숨겨진 철학적 의미
"신조어는 시대상 녹아든 그 시대의 거울"

2022년 01월 25일(화) 18:32
신동기 작가
[전남매일=오지현 기자]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는 신조어는 곧 그 시대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조어에 그 시대상이 그대로 녹아들어있기 때문이죠. 재미있는 신조어는 말장난 정도로 가볍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실 신조어는 한 시대의 특징적 현상을 포괄적으로,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만큼 그 표현 밑에 숨겨져 있는 배경과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활발한 인문학 강연을 통해 ‘일상 속 인문학’ 혹은 ‘생활 밀착형 인문학’을 주장해 온 신동기 작가(62)가 신서영 작가와 함께 신간 ‘SNS 인문학 - 알고 쓰면 더 재밌는 SNS 신조어’를 발간했다.

작가는 어느 시대에서나 존재했으나, 과학 기술의 발달로 생성과 소멸, 확산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 ‘신조어’에 주목한다. 신조어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처럼 단순히 줄여 쓰는 것부터 ‘국뽕’, ‘K-방역’처럼 한글과 외래어를 조합한 것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개중 몇 개는 오래 살아남아 사전에 등재되는 등 일상 용어로 자리잡기도 한다.

책에 등장하는 ‘빌런’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어보자. 빌런은 라틴어 ‘빌라누스(villanus)’에서 파생된 말로, 본래 고대 로마의 ‘빌라(villa)’에서 일하는 농노들을 뜻하는 말이었다. 귀족들과 상인들을 위해 끊임없이 일해야만 했던 이들은 결국 그들의 차별과 끝없는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이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빌런이 악당이라는 뜻을 내포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분제 사회에서 귀족의 대척점인 농노 ‘빌런’들은 부정시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빌런은 부정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며 오히려 많은 이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선과 악의 대립에서 악이 더 매력적인 대상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악에 대응하기 위해 악을 자처하는 배트맨 같은 ‘다크 히어로’나 베놈, 데드풀과 같이 선과 악 양쪽과 모두 대립하는 ‘안티 히어로’가 인기를 끄는 것도 빌런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신 작가는 현대의 빌런은 원래 뜻인 악당을 내포하기도 하고,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괴짜’나 악당은 악당이되 치명적 매력을 지닌 ‘미워할 수 없는 악당’ 정도의 세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본래 악당은 필연적으로 존재해야만 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갈등 구조 자체가 존재 이유인 픽션의 세계에서 그 갈등 구조 중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선명한 것이 바로 선과 악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선하고 정의로운 주인공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제한적이지만, 악당이 할 수 있는 행위는 무한대라는 것 또한 빌런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들 중 하나다. 사람들은 마땅히 ‘정의’를 추구하는 선의 편을 들지만, 재미있는 볼거리와 인간적 서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빌런 쪽이기 때문이다.

신 작가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다양한 모습을 가진 빌런이 긍정시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똑같은 말도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때로는 긍정과 부정을 넘나들기도 한다. 신조어 속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인문학을 조금 더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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