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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아픔 딛고 현대미술 새로운 길 조명

<방구석 1열 전(展)>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하이라이트I’ <하>
사실적 묘사 강조해 그려낸 1980년 오월 광주의 현실
색과 획 통해 표현한 공간의 의미와 작가 개인의 삶

2022년 01월 19일(수) 18:20
강연균 작 ‘하늘과 땅 사이 2’
[전남매일=오지현 기자]광주시립미술관의 ‘하정웅컬렉션 하이라이트I’의 제3부 ‘시대의 증언’은 5·18 민주화운동 이후 비판적 현실 인식, 저항과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이 중 새까만 형태로 표현된 사람들의 형상이 가득한 작품이 먼저 눈에 띈다. 작품의 주인공은 ‘쓰러진 사람들을 위한 기도-1980년 5월 광주’ 연작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도미야마 다메코다.

그녀의 ‘1980년 5월 광주’ 연작은 1980년 도쿄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소식을 듣자마자 한달 간의 작품 활동에 몰입한 이후 탄생됐다. 흑백의 간략한 판화기법으로 표현된 연작 중 일부인 ‘죽은 자들’은 잔인하지는 않지만 마치 실제 광주의 거리에서 굳어가던 뻣뻣한 시체들처럼 느껴지는 등 처연하다.

‘죽은 자들’과 비슷하나 조금 더 사실적이고 잔인하게 묘사된 작품은 강연균의 ‘하늘과 땅 사이 연작’ 중 ‘하늘과 땅 사이 2’. 5·18민주화운동 이후 ‘하늘과 땅 사이’ 연작을 제작하며 화가로서 사회 의식을 실천한 그는 붉은 회색 조의 화면에 총상을 입거나 다리가 잘려나간 시민에서부터 구타를 당해 죽임을 당한 사람 등 거리의 시신들을 화면 가득히 형상화했다.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앞장선 이 작품은 시신 앞에서 절규하며 슬퍼하는 이, 분노에 찬 사람 등 생존한 이들의 처절한 심정까지 화폭 안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와 더불어 사람이 아닌 자연과 동식물을 통해 황량한 시대상을 표현하기도 했다. 파헤쳐진 비탈길과 언덕을 콘테와 수채화로 그려낸 작품 ‘동토’는 마치 사람의 흉부 일부가 파헤처져 앙상한 갈비뼈가 드러난 것처럼 스산하다.

말라 비틀어진 대구포를 목탄과 먹으로 표현한 ‘대구포’ 또한 암울한 당시의 모습을 표현하듯 황망하기까지 하다.

민중 미술가인 홍성담 작가는 ‘오월-19-가자 도청으로’, ‘오월-25-대동세상 1’등 판화를 통해 5·18을 조명했다. 이중 ‘오월-25-대동세상1’은 1980년 5월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당시 대학신문, 교지, 책 등의 표지나 삽화 깃발 등에 널리 활용되기도 했다.

도미야마 다에코 작 ‘자유광주’
제4부 ‘변화와 확산’은 199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세대의 시선들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이 중 가장 눈에 띈 작품은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손아유 작가의 후기 작품에 해당하는 ‘공간 간격 AC97-03’이다.

‘선과 색채의 예술’로 대표되는 그의 미술세계를 담은 작품답게 구불구불한 선과 그 사이를 유영하는 듯한 색채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전시에서는 뚜렷한 색을 찾아보기 힘든 그의 초기작인 ‘기억의 흔적’과 무수히 많은 색과 점들을 중첩해 표현해 낸 ‘드러나는 것, 잠기는 것’, 이전 작품에서는 없었던 강렬한 색채와 흘러내린 물감이 만드는 점과 선을 통해 공간과 사이를 탐구하는 ‘색의 위치 OC85’, ‘색의 위치 OC87’등도 관람할 수 있다.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서 살며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절망, 좌절, 아픔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전통적인 소재의 이미지에 녹여낸 송현숙 작가의 작품 세 점도 전시됐다.

정제된 몇 번의 선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그녀의 작품 제목들은 대부분 ‘5획’, ‘8획’ 등 ‘획’으로 표현된다. 제목에 들어간 숫자는 실제 작품을 완성하는데 그녀가 그린 획의 수로, 그녀는 계란이나 무화가나무 수액 등을 용매로 안료를 섞어 바른 이른바 서양의 ‘템페라 기법’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렇게 그녀의 작품 배경이 되는 차분한 무광의 쑥색, 흙색, 흑색 등 배경은 그 무엇보다 동양적이지만, 이 색을 창조하는 것이 서양 물감인 템페라라는 점에서 동서양의 융합을 상징하기도 한다.

특히 두 개의 나무 막대기로 만든 거치대에 걸린 거즈 붕대가 인상적인 ‘8획’과 기와 지붕과 우물이 등장하는 ‘79획’등에서는 간결하고 깊은 정적 밑 숨겨진 이방인으로서의 삶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숨겨진 듯 고요하면서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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